전경련 패싱 끝? 민주당, 전경련과 경제현안 해결방안 모색
삼성·현대차 등 전경련 탈퇴사도 간담회 참석
규제 재정비·노동유연성 제고·대기업 차별적 규제 재검토 요청
4대 그룹 복귀 없이 전경련 위상 찾기 어려워[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전경련 패싱’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전경련회관에서 주요 기업 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이 전경련과 주요기업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민병두 정무위원장,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 신경민 제6정책조정위원장, 강훈식·김병욱·서형수·홍영표·맹성규·김한정·김병관 의원 등 11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배상근 전경련 전무를 포함해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SK 고위 임원 등 14명이 참석했다. 특히 민주당의 요청으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 현대차, SK 등 4대그룹 관계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원내수석은 “4대그룹이 현재 회원사는 아니지만 경제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교환을 하고 싶어 4대그룹도 간담회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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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재정비·노동유연성 제고·대기업 차별적 규제 재검토 요청
재계는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오늘 참석한 기업인들은 세계 경제환경이 굉장히 어렵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국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경제를 이끄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 부회장은 △규제환경 재정비 △노동유연성 확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재검토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산업 규제를 풀어 투자가 많이 일어나도록 해야한다”며 “화관법, 화평법처럼 규제강화에 치우친 입법으로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업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경제현실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직종이나 업종을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실시해 특정기간 집중근로가 어려워지면서 연구개발, 전자·바이오·벤처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노사관계 입법에서는 사용자 대항권을 보완하는 균형잡힌 조치가 필요하고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우리경제가 수출의존도가 높고 10대 기업은 매출의 3분의 2가 해외매출”이라며 “우리 대기업은 세계 경쟁사에게 적용되지 않는 47개 법령 188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국내 1·2위 기업이지만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4분의 1, 현대차가 토요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우리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최소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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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없는 전경련…패싱 종료 후도 문제
전경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표 경제단체로써의 지위는 상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개최한 신년회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 3월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 만찬에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전경련 패싱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청와대가 곧바로 일축하면서 일회성 행사로 막을 내렸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결성한 ‘일본 수출규제 민관정협의회’에도 전경련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야권에서 일본 네트워크가 탄탄한 전경련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이마저도 답보상태다.
지난달 이 원내수석이 한국경제연구원을 방문하면서 여당과의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원내수석도 이날 간담회에서 “당내에서도 오늘 간담회에 대해 ‘왜 전경련이냐’고 묻는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원포인트 형식으로 전경련과 손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산업계 전체보다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성격이 짙은 전경련의 특성과 현 정부 정책방향과는 궤가 달라 이번 정부 내에 전경련 패싱이 종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경련 패싱이 끝나더라도 4대그룹의 복귀가 없다면 전경련이 예전과 같은 위상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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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konp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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