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용의자, 아내에 "무서운 음모" 문자 뒤…처제가 당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모(56)씨는 처제 성폭행·살해 혐의로 붙잡히기 전 가족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의 자신의 집에서 처제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20년 넘게 복역 중이다. 이씨는 교도소에서는 1급 모범수 생활을 했다고 한다.
20일 당시 대전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 동기를 추론하면서 그의 난폭한 성격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내성적이나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이라며 “아들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는 등으로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아내에 대한 폭행도 수시로 이뤄졌다. 판결문에는 “93년 6월 이씨의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손과 발로 무차별 구타했다”며 “이씨의 아내가 93년 12월 17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 목, 아랫배 등을 마구 때려 하혈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폭행에 시달린 아내가 가출하자 협박도 했다. 이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아두라”고 말했다. 처제를 살해하기 직전인 94년 1월 초에는 동서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평소 성격, 과도한 구타습관 또는 아들에 대한 애정결핍, 범행 전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등의 정황을 보면 원심이 적시한 범행동기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처제 살인 사건을 성폭행 이후 벌어진 범행으로 봤다. 이씨는 94년 1월 13일 오후 2시 40분쯤 대학교 직원이던 처제에게 전화를 걸어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집에 들러 토스트기를 가져가라고 불렀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것에 앙심을 품고 처제를 성폭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집을 찾은 처제에게 수면제가 섞인 음료수를 먹였다. 그런데 처제가 수면제 약효가 나타나기 전에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가려 하자 이를 막고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성폭행했다. 범행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진 이씨는 집에 있던 둔기로 처제를 살해했다. 이어 이날 오후 11시 40분쯤 집에서 약 880m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사체를 버리고 파란색 덮개로 덮어놓았다. 시신은 발견 당시 스타킹으로 팔과 다리, 몸통이 묶인 상태였다.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청바지로 덮었다.
당시 이씨는 재판에서 “처제가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의 집에서 나온 혈흔과 아내의 스타킹을 사용해 시신을 묶은 사실 등으로 이씨의 처제 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집 욕실 손잡이 커버와 욕실 세탁기 밑받침 장판에서 혈흔 양성반응이 나왔고, 집 안에 있던 테이프 뭉치에서 이씨와 피해자의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며 “피해자의 사체를 묶은 스타킹이 아내의 스타킹과 동일한 종류의 제품인 점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숨졌다”고 했다.
이어 “옆집 주민이 범행 다음 날이 94년 1월 14일 오전 6시쯤 이씨가 욕실에서 5분 동안 바가지로 물을 떠서 뿌리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며 “이씨의 동서가 범행 이튿날 오후 4시쯤 이씨의 방에 많은 양의 빨래가 방바닥에 널려있었다는 사실로 미뤄 이씨가 혈흔을 없애 범행을 은폐하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이 사건으로 1·2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후 이후 무기징역이 확정돼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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