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 돌아올게, 결혼하자”던 6·25 참전용사…73년 만에 유해로 돌아와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났던 6·25전쟁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들에게 돌아왔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참전용사의 유해는 일흔이 넘은 조카의 손에 수습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10년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작업을 하던 중 수습됐다. 국유단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바탕으로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왔는데, 2022년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황태기(72) 씨가 최근 황 하사의 조카로 확인됐다.
황 하사는 1929년 9월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큰형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탓에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1950년 5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으며, 그해 8월 14일 영덕 전투에 참전 중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의 영덕 일대에서 국군 제3사단이 부산으로 진출하려는 북한군 제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작전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에 약혼을 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라고 약조하며 눈물로 이별을 했다고 전했다. 황 하사의 조카 황태기 씨는 "7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라도 늦었지만 삼촌의 유해를 찾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삼촌과 같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끝까지 찾아서 예우해 주는 국가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유해를 찾아 가족으로 품으로 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가 지난 24일 대구 동구에 있는 유가족의 자택에서 열렸다. 군 당국에 따르면 황 하사는 4월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개시한 이후 215번째 신원 확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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