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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랑 연애 안해" 20대 여성 절반이 '탈연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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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연애를 못 하면서 안 한다고 말하는 거 아냐?”

탈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학생 김모(27)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입니다. 먼저 말씀드립니다. 연애를 ‘못’해서 탈연애를 하는 게 아닙니다.

탈연애는 ‘여자친구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를 리드해야 한다’ 등의 관습적인 연애에 저항하는 움직임입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연애를 중단하는 행위까지도 탈연애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탈연애는 적극적으로 기존 연애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운동인데요. 기존의 연애 방식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죠.

여러분들은 탈연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밀실팀은 20대 357명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밀실팀은 4일간 20대 의견을 자필로 받기 위해 신촌, 관악 등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중앙일보 기자입니다”라는 한마디에 경계하다가도 탈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평소 관심있는 주제였다”며 눈을 반짝이며 빼곡하게 답변을 적어냈습니다.
 

그 여자의 사정

“탈연애는 이제 친구들끼리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예요”
설문에 응답한 대학생 박수빈(22)씨의 말입니다. 실제 박씨의 말대로 20대 여성 191명 중 70%가 ‘탈연애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했습니다. 또 설문조사에 응한 10명 중 5명은 ‘탈연애를 해보고싶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0대 여성들이 탈연애를 고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씨는 ”이성친구를 사귀면 행복할거라 생각했지만 사귀면서 연애관계에서 혼자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가장 불안할 때가 생리를 하지 않을 때”라며 “임신의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된다는 생각에 남녀의 연애가 갖는 그 무게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는데요. 이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 때문에 박씨는 “과거 남친들 개개인이 이상한 사람이라기보단 연애 자체가 구조적으로 여성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지난 봄에 남친과 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사범대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현재 우리나라의 연애형태가 현재의 의식 수준에 맞지 않아 연애하기 꺼려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페미니즘의 확산,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연애관계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상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했는데요. 한 번쯤은 연인관계에서 말하는 그 ‘이상적인 여성상’을 어설프게 따라해보려고 하거나 생각해봤을 겁니다. 요리를 잘하는 현모양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청순한 여자 등 말이죠.
 

페미니즘에 남자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탈연애의 이유로 꼽혔습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me too라는 외국 노래를 들으며 남자끼리 미투를 조심하라면서 낄낄대며 농담 주고받는 걸 봤다”며 “여자가 있는 자리에서도 그런 소재를 유머로 소비할 수 있는 것도 젠더 권력이고 여자 없는 자리에서는 더 심하겠다는 생각해서 탈연애를 고려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 ‘젠더이슈로 전/현 남자친구와 싸워본 적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45%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로 38%가 이별까지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20대 여성은 설문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페미니즘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고 난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연애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부 20대 여성들은 남자친구와 함께 사귀면서 ‘인지부조화’를 겪기도 합니다.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좋기 때문에 당장 헤어질 수는 없지만, 이 관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응답 중에는 “젠더이슈로 남자친구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라는 대답이 여러 번 나오기도 했는데요. 정모(26)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할 때 전통적 제도에 편입은 되긴 하지만 우리의 결혼 생활은 가부장제로 꾸려지지 않길 바란다”며 “하지만 이상적인 평등한 결혼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걸 아니까 인지부조화가 온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가부장제 문화가 익숙한 한국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자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이젠 한국남자와 연애를 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처럼 20대 여성들은 탈연애를 고려해보게 된 계기로 기존연애방식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한다는 점과 젠더이슈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 남자의 사정

그렇다면 20대 남성들은 탈연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20대 남성 1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27%만 '탈연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탈연애를 처음 들어본 이들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의견을 낼 수 없다”, “처음 들어봐서 당황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20대 여성와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탈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질문에 8%의 남성만이 ‘그렇다’고 말한 점입니다.

또 탈연애에 대해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응답자들은 “굳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포스트모던 가치에 대한 맹신”, “연애를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굳이 이름을 붙여서 운동인 것처럼 활동해야 하나” 등 의견을 보였습니다. 일부는 “섹스어필에 대한 자신감 부족 및 의지박약으로 인한 현실도피”, “공부 부족으로 인한 오해에서 생긴 것. 병든 좌파적인 생각"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탈연애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김승우(27)씨는 “데이트 폭력 등으로 연애를 기피하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고 답했는데요. 다만 “젠더 가치관 때문에 탈연애를 하겠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가치관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그런 문제에 공감해주는 남자들이 많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런 이슈에 관심 갖는 남자들이 없긴 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0대 남성이 탈연애에 대해 관심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모(26)씨는 “탈연애 개념이 남자들에게 생소한 이유는 여자와 달리 지금 이 관계에 불편한 점이 없어서”라며 “고민해볼 필요성조차 느껴본 적 없었기 때문에 탈연애에 대해 관심없다, 피곤하다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연애를 이 기사로 처음 접하신 독자분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껏 사랑하라. 이 또한 청춘의 특권이다”라는 말을 하시려나요. 아니면 마음 가는 대로 생각 없이 사는 게 어쩌면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치에 맞는 이야기일까요. 분명한 건 이 ‘복잡한 세상’에서 연애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20대 친구들이 여러분 주변에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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