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없어요”…다큐영화 ‘김복동’의 쓸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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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없어요”…다큐영화 ‘김복동’의 쓸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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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 설치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입간판. 김동환 기자


“지금 상영관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쯤 만난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상영 예정이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보러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계자는 “사람이 없어 애초 필름도 돌리지 않았다”며 “오후 4시로 예정된 2회차 표 역시 아직 한 장도 팔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 담아… 개봉 후 현실은?

지난달 8일 개봉한 영화는 가슴속 맺힌 깊은 한을 풀지 못하고 아흔넷의 나이로 올초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반일(反日)감정에다 수차례 시사회에 4600명가량이 찾을 만큼 개봉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았다. 1992년부터 27년간 이어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 위한 할머니의 투쟁이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거라는 평가도 많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CGV와 롯데시네마 등 전국 317개 영화관에서 개봉되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할머니의 삶을 보여주는 상영관을 향한 발길은 매우 뜸했고, 극장별 상영 횟수 자체가 적은 것도 관객들의 선택지를 좁혔다. 극소수 관람객이 상영관을 전세 낸 것처럼 여겨질 만큼 썰렁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난 부부 관람객은 “(영화에) 배정된 상영 횟수가 별로 없다”며 “더 많은 분이 영화를 보러 오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해당 영화관은 개봉일에 김복동을 두 차례 상영했으며, 부부는 총 117명이 들어갈 수 있는 1회차 상영관의 유일한 관람객이었다.

◆40일간 8만3084명이 봤다… 유명 영화 개봉일의 25% 수준

개봉 당시 휑했던 극장 풍경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흥행은커녕 제작비도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2016년 11월17일, 강원 홍천의 팔렬고등학교가 교내에 설치한 ‘작은 소녀상’. 팔렬고 제공


개봉 41일째인 18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17일)까지 ‘김복동’이 전국에서 동원한 관람객은 총 8만3084명이다. 40일간 하루에 2077명이 영화관에 다녀간 셈이다. 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스크린에 걸린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개봉일 관객(33만2107명)의 4분의 1 수준이며, 배급사 엣나인필름이 밝힌 손익분기점(관객 2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포털 검색 기준으로 작품이 걸리는 서울 시내 영화관은 이제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줄어 관객 수가 대폭 늘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영화의 화제성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상영 초기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여러 정계 인사와 여성가족부·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 시민단체 등에서 영화관을 찾았다. 특히 일반 관객의 표 나누기 운동도 화제였다. 예매한 표를 지인에게 나눠주며 관람을 독려하거나, 직접 보러 가지 못하더라도 표 구매로 ‘김복동’에 지지를 보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옥주현은 팬들과 함께 보겠다고 한 회차 표 216장을 한꺼번에 구매해 눈길을 끌었고, 전효성과 타이거JK 등 유명인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화 홍보에 힘을 보탰다.

◆적었던 상영 횟수와 부족했던 연출미 등 한계도

사회적 의미가 큰 소재를 다루고도 영화가 낮은 실적을 거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적었던 상영 횟수와 다큐멘터리 특성상 연출미가 부족했던 점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개봉 첫날 전국에서 총 593회였던 상영 횟수는 불과 열흘 만에 183회로 줄었으며, 앞선 8일부터 17일까지의 평균은 13.4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영화 '김복동'을 관람한 후 '기억과 공감, 그리고 역사정의'를 주제로 송원근 감독(가운데)ㆍ관객들과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김복동’은 단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인권운동가로서의 김복동을 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억을 위한 기록’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소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계에 대해서는 “배급이 흥행에 중요한 만큼 관객의 발길이 많이 이어질 환경이 갖춰졌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며 “보도적인 성격의 영상을 잇다 보니 (유명 영화처럼) 연출 면에서 효과적이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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