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민 승리” 혼돈의 볼리비아

모랄레스 지지자들과 경찰 사퇴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라파스 | AP연합뉴스


14년 집권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권좌에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다. 전날 대통령직 사퇴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남미 최장기 집권 지도자였으나 하루아침에 고국에서 쫓겨난 신세로 전락했다. 부정선거로 촉발된 시위 격화부터 대통령직 사퇴, 망명에 이르기까지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두고 이것이 군부 개입에 의한 쿠데타인지, 아니면 시민들이 일궈낸 승리인지 시각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모랄레스 “멕시코로 망명”

중남미 정부 ‘쿠데타’ 규정

트럼프 “민주주의의 순간”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망명 사실을 알리면서 “더욱 강해지고 에너지를 얻어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사퇴 발표 직후에도 볼리비아 중부 코차밤바에 있는 자택이 습격당하는 등 신변 위협을 받자 망명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적 이유와 위험에 처해 있는 볼리비아 상황 등을 고려해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은 ‘시민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4연임을 위한 부정선거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고, 이것이 전국 시위로 번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미의 좌파정부 득세를 경계하는 보수강경 지도자들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모랄레스 퇴진을 “민주주의를 위한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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