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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지 있는 ‘위력’…“탈북민들, ‘성폭행’ 경찰을 ‘하느님’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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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경찰, 2016년 탈북민 보호·구조 등으로 ‘영웅패’ 수상
“신고하면 너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피해자 거듭 협박·회유
경찰, ‘제 식구 감싸기’에…피해자 측 검찰에 직접 수사 요청
가해 경찰 상관 “자유대한으로 온 초심으로 돌아가라” 묵살
서울 서초경찰서.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북한 이탈 주민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이 탈북 여성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했던 점, 내부에서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피해 호소를 묵살한 것까지 전형적인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의 전수미·양태정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에서 탈북민 신변보호 담당관으로 근무했던 김모 경위는 2016년부터 약 2년간 10여 차례 이상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김 경위에 대해 강간, 유사강간 및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경위가 탈북민 사회에서 평판이 좋은 탓에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신고를 하기 어려웠다. 양태정 변호사는 “가해자가 탈북민 사이에서 ‘하느님’, ‘아버지’처럼 불리는 사람”이라며 “탈북민 커뮤니티에서 영향력과 친분이 두터워 피해자가 바로 신고·고소할 엄두를 못 냈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2016년 탈북민 구조, 보호 등 업무를 통해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영웅패를 받았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 협박으로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고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경위는 피해자에게 “신고하면 다 죽는 거야. 자살할 거다.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일 거다”라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2017년 김 경위의 상관인 A경감(당시 서초경찰서 보안계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김 경위의 범행 사실을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김 경위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져 제대로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2018년 8월에서야 피해자는 A경감에게 김 경위의 범행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결심했던 건 또 다른 탈북 여성을 통해 용기를 얻은 덕이었다. 지난해 12월께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2명이 탈북 여성에 대한 준강간위계에의한강간 등의 혐의로 직무 배제되고 군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피해자는 최근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한 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피해자는 지난달 13일 정식으로 해당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서초경찰서는 피해 사실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나 김 경위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김 경위의 당시 직속 상사인 A경감을 비롯, 경제팀과 청문감사관실에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는데도 돌아오는 답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라는 말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A경감은 피해자에게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 잊어라’, ‘자유대한민국으로 왔던 초심으로 돌아가라’ 등 2차 가해가 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서초경찰서는 보안계와 청문감사관실에서 피해자의 피해 호소를 묵살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서초경찰서 청문감사관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피해자가 지난 1월 청문감사실을 찾아왔을 때 성폭행은 중대한 범죄라 감찰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으니 진정을 제기하거나 직접 고소할 것을 권했다”며 “피해자가 진정서 우편 접수가 가능하냐고까지 물어보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김 경위 외에 A경감를 비롯한 보안계, 청문감사관실 경찰들에 대한 감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변호사는 “피해자가 검찰에 고소하기 이전에 경찰은 범죄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김 경위를 수사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로 보인다”며 “적어도 직속 상관이던 A경감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검찰 직접 수사를 요청했다”

김 경위는 지난달 30일께 대기발령돼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초경찰서 경찰관들이 피해 사실을 묵살했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단계”라며 “감찰을 바로 들어가기는 어려우나 필요하면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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