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출발 추정장소 가보니…"배수로 통해 헤엄쳐간 듯"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탈북민 김모(24)씨의 행적이 끊긴 인천 강화도 월곳리는 27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씨가 이 지역 한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의 출발 장소로 꼽히는 곳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 '연미정(燕尾亭)' 인근 배수로다.
이곳 주변에서는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가운데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겨있었다.
군 당국은 김 씨가 철책 밑의 이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로 1m·세로 1m가량 크기의 이 배수로는 성인이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인근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다.
바다와 연결돼 있지만, 내부는 철조망 등으로 막혀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배수로와 연결된 제방에는 군 이중철책으로 촘촘하게 막혀 있었으며 인근 군부대에는 바다와 북측을 살피는 초소도 2곳이나 있었다.
또 이 제방 지역에는 군 감시 장비인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열 감시장비(TOD)도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을 직접 뚫지 않고 배수를 통과해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김씨의 마지막 동선이 월곳리 지역으로 파악됐지만, 나머지 세부 내용은 조사 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면서도 "월북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이곳 배수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탈북민 월북 추정 과정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24) 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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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정에 오르니 흐린 날씨에도 한강 하구 건너편의 북녘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직선거리로 3.7km 떨어진 곳이다 보니 옆 동네 들여다보듯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 군인과 경찰이 일제히 조사를 벌인 뒤 빠져나가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주민 A씨는 "어제 오후 5시쯤 배수로에 군인들과 경찰들이 잔뜩 몰려와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남자의 가방이 저 배수로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들었다"고 이곳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 배수로는 평소 막혀 있고 밀물 때 입구가 안 보일 정도로 물이 들어차는 곳"이라며 "배수로를 통해 바다로 나갔다고 해도 물살이 센데 월북했다고 하면 어떻게 북한까지 헤엄쳐 갔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B씨는 "이곳은 북측을 조망할 수 있는 월곶돈대와 연미정 등 문화재가 있어 외지 사람도 많이 찾는다"며 "김씨가 월북을 결심하고 이곳을 찾았어도 주민들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의 최단 거리가 1.3∼2.5km에 불과해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곳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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