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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식당 집단탈북에 부당한 정부개입 없어..언론공개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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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 "개별 의사 확인 소홀했지만 다수 종업원 한국행 인지"
"이례적 언론공개는 사생활 침해..선거용일 개연성 커"..수사 의뢰
외국법률단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방북 조사 (서울=연합뉴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이 구성한 국제진상조사단이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종업원들의 의사에 반한 '납치 및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사진은 조사단이 지난 3일 평양 보통강호텔에서 면담한 탈북 종업원들의 동료들. 2019.9.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 태스크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에 국가기관의 위법·부당한 개입이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인권위는 종업원들의 북한 내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도 정부가 탈북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게 관련법 위반이라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 태스크포스'(이하 민변TF)에 따르면 이날 인권위는 민변TF 변호사들이 진정한 탈북 종업원 집단입국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지했다.

앞서 민변TF는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이 지배인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탈북한 사건이 그들의 의사에 반한 한국 정부의 '기획탈북'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8일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통일부, 경찰청, 국군정보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북 종업원 집단입국 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위법·부당한 개입 관련 진정인들의 주장은 기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입국 과정에서 국군정보사령부 담당 직원의 협박과 회유 등 한국 정부의 위법·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식당 지배인의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다만 "국군정보사령부 직원의 주장을 명확히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기록인 휴대전화 통화 음성파일 및 이메일 등이 일부만 있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삭제되거나 멸실돼 확인이 어렵다"면서 정부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조사에서 국군정보사령부는 지배인과 담당 직원 간 중요 통화 내용이 담긴 파일들이 보관되어 있지 않으며 직원의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된 이후 휴대전화기를 파괴하고 한강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종업원 12명이 입국 이후 자필로 작성한 귀순확인서와 입국동기진술서 등을 고려하면 "다수 종업원이 한국행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보인다"면서도 정부가 종업원의 탈북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종업원 12명 중 인권위가 직접 조사한 5명은 지배인에 이끌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제3국 주재 한국대사관 앞까지 왔고, 지배인의 위협과 회유에 어쩔 수 없이 대사관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일부 종업원이 지배인의 회유와 겁박에 입국을 결정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지배인을 통해서만 종속적 지배 관계에 있던 종업원들의 의사를 확인한 행위는 그 직무상의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정부가 언론 공개의 구체적인 목적을 종업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동의서를 받아 탈북 사실을 공개한 게 불법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탈북을 언론에 공표한 목적이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법이 허용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책임자들의 형법, 국가정보원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통일부는 2016년 4월 8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4·13 총선을 닷새 앞두고 탈북을 공개한 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기획 탈북'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는 언론공표를 지시·실행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각 주무부처 장으로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한 책임이 작지 않다고 판단, 이들의 책임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종업원들로부터 언론공개 동의서를 받은 국정원 군조정팀장과 담당 직원도 종업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당시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통일부 장관이 2016년 4월 9일 김관진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백브리핑을 해야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김형석 국가안보실 통일비서관은 김관진 실장 지시로 통일부에 언론공개 자료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도 "청와대의 지시로 언론발표 보도자료문을 작성하고 지원했다"면서 "당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종업원 집단귀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정치적인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언론공표에 국가안보실이 관여한 바 없다"며 "언론공개 여부는 국정원과 통일부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피조사기관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13에 즈음하여 종업원들의 입국 사실을 언론 공표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위원회 조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관계인들의 진술이나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입증자료가 없어 이를 사실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탈북민의 국내 입국 사실 비공개 원칙을 엄수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이를 언론에 공표하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및 사생활의 비밀과 안전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관련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北, 20여일 지나서야 주민에 '집단탈북' 공개(CG) [연합뉴스TV 제공]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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