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풀고, 답 안보고, 즐기면서…수학 잘 하는 비결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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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풀고, 답 안보고, 즐기면서…수학 잘 하는 비결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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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 대표학생들이 종합 3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는 총 112개국 621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한국팀은 미국, 중국팀과 함께 대표팀 전원이 금메달 6개를 획득했다. 강지원 군(서울과학고 3)과 고상연 군(서울과학고 2), 김지민 군(서울과학고 1), 김홍녕 군(서울과학고 3), 송승호 군(서울과학고 3), 조영준 군(서울과학고 3)은 모두 개인점수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조영준 군은 42점으로 개인순위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조 군은 각 7점씩 배정된 6개 문항을 모두 풀어 만점을 받았다. 621명의 참가학생 중 만점자는 총 6명에 불과했다. 송승호군과 김홍녕 군은 지난해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각 학생들이 얻은 점수 합계로 순위를 매기는 종합 순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총점 227점으로 공동 1위를, 한국은 총점 226점을 받아 1점차로 아쉽게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26점은 역대 수학올림피아드 출전 기록 중 최고 점수다. 기존 최고점수는 2012년 209점이다. 또 대표학생 전원이 개인 순위 20위권 이내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북한 학생들도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3위의 한국에 이어 종합 4위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종합 3,4위를 랭크한 것이다. 북한 대표학생들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 총점 187점을 받아 종합 4위에 올랐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확인 결과 황광손(29점, 은메달), 현국송(37점, 금메달), 김신송(33점, 금메달), 박웅천(28점, 은메달), 리태송(28점, 은메달), 심주혁(32점, 금메달)군이 입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과 동아사이언스 수학잡지 수학동아가 지난달 3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 강당에서 연 ‘폴리매스데이'에서 대회에 참가했던 송승호·조영준·강지원·김홍녕 군 등 금메달 수상자 4명과 만났다.

Q. 전원 금메달 수상을 축하합니다
송승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대표들끼리 서로 무척 친했는데, 시험 결과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아서 말이죠.
조영준 맞아요. 5명이 금메달이고 1명이 은메달이면 슬펐을 것 같아요

Q. 이번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송승호 대회 전에 3주 정도 집중교육을 받아요. 이때는 학교에 가지 않고, 서울대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 정도까지 문제를 풀어요. 원래는 각자 풀고 싶은 문제나 조교님이 내주시는 문제를 풀었는데, 홍녕이의 제안으로 서로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 풀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문제를 낼 때와 풀 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게 되고, 서로 자극이 되니 실력도 향상된 것 같아요.

Q. 대회 첫날 다들 표정이 안 좋았다던데요?
강지원 저는 오히려 밝은 표정을 지었어요. 시험장에서 다른 친구들이 시험 이틀 중 첫날 풀어야 하는 세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짐작했어요. 하지만 전 다 못 풀었거든요. 그래도 혼자 침울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었어요.
김홍녕 저는 이번 대회 전에 두 번의 국제대회에 참가했었는데요, 그때 모두 첫날 제가 친구들에게 몇 문제를 풀었는지 공개하자고 해서 친구들의 둘째 날 시험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표정 관리를 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강지원 시험장 안에서 긴장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불안하고 답답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7번이나 화장실에 갔죠.
김홍녕 저는 2018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도 참가했는데 그때 시험장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요. 시험 전에 팀끼리 파이팅을 외치거나 하는 시간을 갖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점점 퍼져나가더니 모든 참가자들이 박수를 쳤어요. 그러면서 환호하고, 각국의 깃발을 들고 시험장을 돌았어요. 그리고 한사람씩 누워서 시험장 안에서 인간 띠를 만들었는데, 말이 안 통해도 수학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2019 IMO는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바스대학교에서 열렸다. 한국 대표단은 6명 전원 금메달을 땄다. 아쉽게 공동 우승팀인 미국과 중국에 1점 차이로 밀려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한국IMO 대표단Q. 



국가대표 선발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 선발 시험까지 모든 과정이 경쟁이었는데, 힘들거나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송승호 경쟁심이 처음에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학을 좋아하고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강지원 저는 경쟁에 신경을 쓰면 더 결과가 안 좋았어요. 그래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조영준 누구보다 잘하려고 국가대표가 되려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경쟁에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김홍녕 다른 사람을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제 실력을 보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저는 선발에 떨어졌던 적도 있는데, 그럴 때도 경쟁심이나 분한 마음보다는 왜 내 실력이 늘지 않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Q.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홍녕 어렸을 때부터 수에 관심이 많았어요. 빨대로 수를 만들어보거나, 사전에서 특정 쪽을 찾아보는 놀이를 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3학년 문제집을 풀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됐어요.
강지원 수학에 관한 책과 퍼즐을 즐겨 읽었어요. 그러면서 수학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송승호 저도 어렸을 때 소마큐브나 칠교놀이를 좋아했는데, 나중에 커서 그런 퍼즐이 도형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더 좋아하게 됐어요.

Q. 수학의 어떤 점이 좋나요?
송승호 수학에 추상성과 논리성이 결합돼 있다는 게 좋아요. 과학은 새로운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하거나 실제 현실에서 성립하는 것만 정리로 인정하잖아요. 수학은 논리적으로 증명만 하면 되기 때문에 좋아요.
조영준 일단 제가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잘해서 좋아요. 그리고 과학은 거대한 진실을 겉에서부터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라면, 수학은 속에서부터 하나씩 채워나가는 느낌이라 좋고요.

Q. 수학을 잘하는 자기만의 비결이 있다면?
조영준 문제를 많이 풀면 전략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거든요.
송승호 수학은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면서 푸는 게 중요해요. 이 문제는 이런 유형이니까 이런 방법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과정을 이해하면서 왜 이런 생각을 떠올렸고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면서 푸는 게 중요해요.
김홍녕 풀이를 안 보고 직접 푸는 게 매우 중요해요. 3시간 동안 10문제의 풀이를 공부하는 것보다 같은 시간 동안 1문제를 직접 푸는 게 더 큰 도움이 돼요.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아는 것보다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안 풀리는 문제는 해설을 봐야 해요. 역설적이지만, 풀이를 많이 알면 몇 시간 동안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강지원 즐기는 게 중요해요. 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준비하다가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문제를 풀면서 힘들기 때문이에요. 수학을 즐기지 않고 억지로 하면 견디기가 어려워요. 문제가 풀리지 않아 힘들 때는 다른 걸 하다가 풀고 싶어질 때 다시 시도해 보세요.

Q. 폴리매스데이에 참가했는데, 어땠나요?
송승호 자유로운 사고로 수학에 흥미를 더할 수 있고, 친구들과 수학으로 소통할 수 있는 행사였어요.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어릴 때부터 참여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지원 수많은 학생들이 제시된 문제에 흥미를 느끼고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실제로 좋은 풀이가 많이 나온 걸 보면서 협동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영준 생각보다 많은 초중학생 친구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재미있는 문제를 출제해 주셔서 감사했고, 저도 폴리매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어요.

Q.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김홍녕 좀 거창한데, 저는 평생 수학을 연구해서 인류에 공헌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수학자는 두 부류라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이론체계를 확장해 나가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난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난제를 풀어서 인류의 지식이 한 단계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조영준 저는 가끔 ‘수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라고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론체계를 확립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다른 분야에도 제 연구가 쓰일 수 있을 테니까요.
강지원 저는 수학이 쓸모 없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작품도 실용적인 측면에서 쓸모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름다움 자체가 쓸모가 아닐까요. 저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아름다움이 있는 수학을 연구하고 싶어요.
송승호 저는 우선 대학에서 수학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고 싶어요. 저에게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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