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바다 보며 커피 한잔…소박한 동해 풍경에 반했어요
동해 바다와 소박한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지는 논골담길.
떠남은 늘 설레는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떠나는 것이 망설여지지만 조금만 배려하고 방역에 힘쓴다면 즐겁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강원의 한적한 바다가 보이는 동해 대진항에서 논골담길 묵호항까지 한국경제신문의 독자인 최은서 교사(26)가 짧은 여행을 떠났다. 동해의 서정적인 풍경과 ‘여기어때’ 앱으로 간편하게 예약한 감성 넘치는 숙소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았다.
붉은 등대
대진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낮은 등대 하나가 빨간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빛을 비춰 주는 등대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도 있었고 막 서핑을 끝마치고 방파제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 모습도 보였다.
최근 TV광고를 통해 자주 접했던 탓일까. 대진항의 바다풍경은 낯설면서도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다. 바닷바람이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도 흘러나왔다. 대진항의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부르던 볼빨간사춘기의 안지영처럼 말이다.
바다가 주는 기쁨, 여름의 열기가 가득한 경포대와는 달리 한적하면서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바다에서 그려가는 낯선 이들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조용한 바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여행의 이유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여행으로 인해 ‘나’에게 더욱 집중하며 살아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한참동안 바다를 감상하고 옆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해안마을에서 산책하며 새로운 동해의 모습을 알아갔다.
논골담길 카페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조용하면서 나무 냄새가 스며든 것만 같은 카페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창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일깨워준다. 창가 한구석에 자리잡고 텅 빈 카페 안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평온해졌고 그동안의 스트레스, 체증이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듯하다. 카페 안은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바로 앞의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 소리가 음악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어쩌다어달은 잠깐 머물며 커피를 마시다 나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 머물러 있으며 감상에 젖어 휴식을 취하고 싶은 카페였다.
길은 굽어져 있고 높은 곳의 처음 보는 낯선 달동네. 길가에는 꽃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평화롭게 낮잠 자는, 동네의 소박한 벽화를 감상하며 올라가는 길 중간쯤 언덕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할머니 한 분의 모습이 보인다. 화려한 조명과 굉음이 울리는 도시와 대비되는 정적인 곳. 이곳에서 바다는 관광객에게 설렘을 선사하고 주민들에겐 어머니의 품이 돼 따스하게 안아준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가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니 마을의 모습과 바다가 함께 한 폭에 들어왔다. 좁고 가파른 동해의 어떤 마을에서 인생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은 가파른 인생길. 그런 인생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복이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지만 교직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중학교에 첫 출근하던 날 가슴이 터질 듯 설레었다. 부족하지만 열정을 다해 아이들과 부딪혀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논골담길에 그려진 아이들 그림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인생에서는 언제고 이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을 수 있다. 먼 훗날 코로나 시대의 경험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논골담길처럼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인생길을 그려보고 싶다.
바다 내음이 가득하면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시장이지만 코로나19 여파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드문드문 관광객이 기웃거리지만 여전히 삶의 터전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시장 상인 모습,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땅바닥에서 세차게 몸부림치는 물고기 모습이 담겨 있는 시장은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한다.
비록 조용한 항구이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어민의 노고가 담겨 있는 시장을 지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모두가 아픔을 겪는 시기, 누군가는 말 못할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시기에 동해를 다녀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를 걷다 보니 바다가 “괜찮다…괜찮다…” 하며 위안을 얻는 기분이다.
여행의 설렘과 타지에서의 첫인상은 호텔방에서부터 시작한다. 유명 작가 김영하,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에서 호텔방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 것도 그 이유였을까. 세인트존스 호텔의 깔끔한 외관과 ‘여기어때’로 예약해 셀프 체크 인·아웃이 가능한 시스템은 여행의 시작을 편리하게 해 주었다. 방에 들어서니 깔끔하게 개어져 있는 호텔 이불과 수건, 이름 모를 향이 뿜어져 나오는 핸드워시 냄새는 낯선 곳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주었다. 창문을 열어 보니 탁 트인 오션뷰로 인해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고 바닷바람을 이불 삼아 잠들 수 있었다. 실내 수영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술 한잔 기울이며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젊은이들도 있다. 편리한 시설과 층별로 편의시설, 펍, 피트니스 센터 등을 모두 갖춘 세인트존스 호텔에서의 하루는 또 다른 작은 세계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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