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ㆍ경비대 “내부서 두드림 신호”…기관실 고립 추정 본격 수색
ㆍ출항 후 12㎞서 80도 기울어, 수심 얕아 완전 침몰은 면해
ㆍ승선 24명 중 20명 대피·구조

현대글로비스 소속 대형 자동차 운반선(PCC)이 8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해안에서 전도(轉倒·사람이나 물체가 넘어짐)됐다. 승선 인원은 24명으로 이 가운데 20명은 대피하거나 구조됐지만 4명은 기관실 내부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4명 모두 한국인이며, 1등·2등·3등기관사와 실습기관사로 전해졌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9일 오전 4명의 구조 작업을 본격화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차량운반선 골든레이호는 8일 오전 1시40분쯤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구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이동하던 중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해안경비대는 사고 당일 “911 파견대원으로부터 선박이 전복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긴급 해상정보 방송을 내보내고 구조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승선자 24명 중 20명은구조됐다. 구조된 사람은 한국인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이다.

해안경비대는 사고 당일 브런즈윅 항구의 긴급대응 보트와 MH-65 돌핀 헬리콥터, 해상안전팀과 구조엔지니어링대응팀(SERT) 등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해안경비대는 트위터를 통해 “(구조되지 못한) 나머지 4명은 선박 기관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과 연락하기 위해 선체를 두드리자 내부에서 응답하듯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내부에 생존자가 있다는 신호인지는 확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해안경비대는 9일 오전 7시부터 고립된 4명에 대한 구조 작업을 본격화했다. 전날 선체 고정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구조인력을 태운 헬리콥터를 기울어진 선체 위로 근접시켰다. 소형 보트를 탄 구조대원도 골든레이호 부근에 접근했으나, 내부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진입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뒤 선체에서 새어나온 연기와 불꽃은 사라졌지만 화재로 인해 유독물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사고대응반의 견종호 애틀랜타 부총영사는 브리핑에서 “화학전문팀이 내부를 점검한 뒤, 오전 중으로 선체 진입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활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선박에서 유류 등 오염물질이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지점은 브런즈윅 항구로부터 12.6㎞ 떨어진 곳으로 수심 11m의 비교적 얕은 바다다. 사고 초기 선체는 좌현으로 80도 기울어졌지만 3분의 1가량이 물속에 잠긴 채 완전히 침몰하지는 않았다. 예인선 2척이 선체가 떠밀려 가지 않도록 하는 고정화 작업에 나섰지만 선체 기울기는 90도에까지 이르렀다.

골든레이호는 2017년 건조된 7만1178t급 선박으로 마셜제도에 선적을 두고 있다. 길이 199.9m, 폭 35.4m에 차량 7400여대를 수송할 수 있다. 사고 당시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차량 4000여대를 싣고 있었다. 대부분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에서 제조한 차량이 선적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선박 위치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 자료를 보면 골든레이호가 급하게 방향을 꺾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맞은편에서는 일본 미쓰이사의 에메랄드 에이스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두 선박 거리가 가까워지자 충돌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급하게 방향을 바꾸더라도 대형 선박이 쉽게 전도되는 일은 흔치 않다. 따라서 골든레이호가 출항 당시 복원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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