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첫 파업… 환자 90% 치료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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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첫 파업… 환자 90% 치료 못받았다

마법사 0 578 0 0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건물 곳곳에는 '노동조합의 파업 실시로 불가피하게 진료, 검사, 검진이 어렵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병원동 1층 통합 예약·수납 창구에는 평소보다 5명이 적은 7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대기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이던 로비는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두른 노조원들만 보였다. 한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도 '골든 타임'이라는 게 있다. 파업한다고 중단하면 어떡하느냐"고 병원 측에 항의했다.

6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 조합원 1000여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국립암센터 노조의 파업은 지난 2000년 개원 이후 처음이다. 


병원 측은 파업이 터지자 환자 560명 중 절반이 넘는 300여 명을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퇴원이나 다른 병원 이송이 여의치 않아 남은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환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암 환자 병원에서 파업할 만큼 중요한 일이 벌어진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한 50대 여성 환자는 이번 주 닷새간 받아야 할 방사선 치료를 이번 파업으로 나흘밖에 받지 못했다. 국가암예방검진동 지하 1층에 있는 양성자치료센터는 파업 첫날인 6일 방사선 관련 인력이 모자라 환자의 90%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

◇민노총 노조 결성 1년 반 만에 파업

이날 오후 3시 찾은 병원 1층 로비에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이라는 대형 현수막 앞에서 노조원 900여 명이 모여 개최한 파업출정식이 열리고 있었다. "가족 같은 병원 원해! 가X 같은 병원 말고!" 등 비속어나 욕설이 섞인 구호까지 등장했다. 마이크를 쥔 사회자는 "우리는 (노동존중 사회라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대로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작년 3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으로 결성됐다. 2800여 명의 병원 직원 가운데 간호사와 보건직(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 등)을 중심으로 965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파업 이유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정부의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인상률 1.8% 이내)에 따라 시간외 수당, 위험수당 등을 합쳐 1.8%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시간외 수당 등을 빼고 1.8% 임금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출범 1년 반 만에 개원 후 18년 만의 첫 파업이 벌어졌다.

◇"암환자들 앞에서 무슨 파업이냐"

이날 1층 외래약국 상담 창구는 비어 있었고 '지하 1층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간담도췌장암센터 진료 접수창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기 환자 이름으로 빼곡했을 '혈액종양 골연부 희귀암' '초음파' 대기 현황 전광판은 빈칸이었다.

이번 파업은 다른 대형 병원의 파업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과 철도, 전기, 수도, 가스 같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노조원들이 파업하더라도 필수유지인력은 파업하지 않고 근무해야 한다. 문제는 국립암센터의 경우 중환자실과 응급실 인력을 제외한 병동과 외래, 항암주사실, 방사선치료실의 파업 시 필수유지인력이 '0%'이다. 필수유지인력이 70~100%인 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 같은 수도권 주요 대형병원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파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암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진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노조 측은 "병원장이 임금협상 타결에 힘쓰는 게 아니라 병동 입원 환자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최소한의 인력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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