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로 시선…친윤 vs 비윤 경쟁 구도?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상대로 낸 가처분을 법원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내홍 사태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준석 리스크'를 털어낸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 안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와 동시에 차기 공천권을 놓고 벌이는 당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기 당권 경쟁은 '친윤'과 '비윤' 구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두 달여 간 지속된 가처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당을 짓누르던 가처분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며 "심기일전해서 국민이 국민의힘을 정말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당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더 잘하도록 다짐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함께 당 정상화를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차기 당권에 시선이 쏠린다. 일단 당과 힘겨루기를 했던 이 전 대표는 차기 당권 도전이 불가능하다. 지난 7일 가처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겨냥해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한 것이 해당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당을 상대로 한 가처분 공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윤리위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성 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더하면 이 전 대표는 2024년 1월 당원권을 회복한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국민의힘 안철수(왼족)·김기현 의원이 최근 서로 견제구를 날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기현(4선)·안철수(3선) 의원은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10년 동안 합당, 탈당, 창당, 합당, 탈당 이렇게 8번을 반복했는데, 너무 과도한 변신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민주당 전신인 정당의 대표를 하셨던 분인데, 우리 당에선 아직 잉크도 채 안 마른, (입당한 지) 몇 달밖에 안 됐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의 정치 이력을 거론하며 보수 정통성을 건드린 것이다.
제3지대를 표방했던 안 의원은 수도권 중도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중도 확장을 통해 총선을 이겨 여소야대 국면을 바꾸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 깔렸다. 그는 지난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가장 최전선인 수도권은 중도 표심을 가진 유권자가 많다"며 "지난 10년 동안 현역 정치인 중 가장 오랫동안 중도에 대해 고민하고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때리며 내부 표심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안 의원은 중도 선점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고등학생이 윤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서 과민 반응 보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 일각의 표절 주장과 결이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또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중 해석이 분분한 '바이든' '날리면'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정치권에서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선화 기자
'비윤계'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잠재적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아직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개혁 보수' 이미지를 지닌 유 전 의원은 7일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에 대해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 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와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님 정신 차리시라. 정말 X팔린 건 국민들"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당권주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감과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어 의정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2월 9일 끝나는 정기국회 일정상 전당대회는 내년 1월 말 2월 초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결국 정기국회가 끝나고 전당대회가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전대 시기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 경쟁은 친윤 대 비윤의 계파 간 구도가 형성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2024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당권 경쟁 구도는 친윤과 비윤의 구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유 전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할 수도 있다. 당권 경쟁에서 지더라도 계속 비윤계의 좌장으로 남으면 된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차기 대선 경선 때 유력 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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