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11년5개월만에 최저..8월 한달간 3.7% 하락
위안화 절하로 수출경쟁력 확보..위안화 파는 투자자 늘어은행별 해외 송금 및 외화매입 보고…평균 넘으면 업무제한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현상)는 양날의 검이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위안화 가치를 낮추며 미국에 제대로 된 한방을 먹이긴 했지만 위안화가 ‘헐값’이 되가자 팔아치우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어서다. 무역 갈등까지 거세지는 만큼, 위안화 절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화와 견준 위안화의 가치는 8월 한 달 동안 3.7%나 내렸다. 월별 하락 기준 폭으로는 1994년 이후 25년 만에 최대 폭이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위안화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달러당 위안화 11년5개월만에 최저 

지난달 3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1달러당 7.0879위안으로 나흘 연속 가치를 절하해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08년 3월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홍콩 역내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145~7.153 위안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1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하기로 하며 위안화 가치하락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연말께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3위안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볼 때,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중국산 수입품의 경쟁력이 오를 수 있다. 68위안짜리 중국산 장난감이 있다고 가정을 하면 석 달 전만 해도 10달러를 줘야 했지만 이제 9.5달러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해 관세에 대한 피해를 상쇄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위안화에 투자를 하려는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치가 떨어지는 위안화 대신 비교적 안정적이고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를 곳간에 채워넣으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며 중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루이스 퀴즈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전문가는 “중국인들은 이미 위안화 절하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작은 돈이라도 해외로 자금을 이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5년 초 1달러당 6.2위안이었던 위안화 가치가 2016년 6.9 위안선까지 급락하며 ‘쇼크’에 가까운 자본 유출 현상을 겪었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3% 하락하자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며 자본 유출 현상이 가팔라졌다. 

이에 중국 정부가 2016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내놓은 통제 방안은 무려 75개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각까지 나서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5년 말 3조3300억달러에서 2016년말 3조1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AGAIN 2016 막아라…은행 평가하고 채권 규제하고

이에 중국 정부는 2016년과 같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최근 각 은행에 해외 송금과 외화 매입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등 차이가 클 경우 은행 업무에 제한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송금을 할 때 요구하는 자료도 많아졌다. 해외 출장을 위해 달러로 환전 할때도 재직증명서나 회사의 직인이 찍힌 출장 계획서를 내야 한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방학이 끝나 은행에 환전을 하러 갔더니 재학증명서를 요구했다”며 “예전보다 규제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3~4년과 같이 해외부동산 매입을 위한 달러 환전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달러화 표시 채권을 주로 찍는 부동산 업체에 ‘만기가 1년 이내인 채권’만 허용하고 있다.

이미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회사채 잔액은 7월 기준 1700억달러(2조5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2013~2015년 사이 위안화 강세 추세에 힘입어 채권 발행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채권들은 고스란히 중국 정부의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 

만수르 모히우딘 넷웨스트마켓 거시 전문가는 “중국 당국은 2015~2016년 위안화 절하 시기보다 현재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강력한 자본 통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통제도 위안화 절하 추세 자체는 꺾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은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린다.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져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AFPBB제공]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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