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영방송 BBC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한 외국인의 생존기를 보도했다.

BBC는 30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인도 출신 IT업계 종사자 누힐 아흐메드(32)의 사례를 보도했다. 아흐메드는 BBC에 "나도 모르게 골목길에 진입했지만, 골목 옆 계단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나는 계단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지난 5년 동안 이태원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참석했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당일 이태원에는 낮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아흐메드는 "오후 5시부터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며 "어느 순간 군중 속에 휘말려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문제의 골목에 들어섰고, 수많은 군중에게 갇히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뒤에서 밀기 시작했고 마치 파도와 같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누가 앞에서 밀고 뒤에서 밀었다"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도 심지어 붐비는 인파 속에서 넘어졌지만, 골목길 옆으로 난 계단을 발견해 그리 올라가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날개를 단 천사가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중이 흩어지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한 남성은 친구가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른 친구가 그만하라며 그를 말렸지만, 그 남성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악몽 같은 밤을 보낸 그는 "지난밤 한숨도 못잤다"며 "지금도 내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에 핼러윈을 상징하는 호박 모양의 등불과 하이힐 구두 한 짝이 나뒹굴고 있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는 핼러윈을 즐기려 몰려든 인파로 인해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photo 연합뉴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를 긴급기사로 타전하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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