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지난달 항공 순찰 도중 현장 적발
도구 등 버렸지만 다음날 고래사체 발견
고래 시가 1억원도...처벌 약해 근절안돼
지난달 9일 울산시 동구 방어진수협위판장 앞에서 불법 포획된 것으로 추정되는 밍크고래 사체가 옮겨지고 있다. 고래 몸에 포획단이 쏜 것으로 보이는 작살 여러 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작살로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려던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불법포획의 흔적을 없애려 했지만, 해경이 항공순찰 당시 찍었던 영상과 다음날 인근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가 증거가 됐다. 고래는 몸통에 작살 여러 개가 꽂힌 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지난달 항공 순찰로 적발한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일당 10명 중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된 선장 2명 등 4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당초 해경은 지난달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1명은 기각됐다. 해경은 나머지 일당 중 4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진행중이며, 도주한 2명은 행방을 쫓고 있다.
고래 불법포획 일당은 지난달 8일 오전 11시15분쯤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남동쪽 34㎞ 해상에서 선박 2척에 나눠 탄 뒤 불법으로 밍크고래를 잡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해경은 항공 순찰 도중 선박 옆에 끌려 다니는 대형고래를 발견했다. 선박과 고래 꼬리 부분엔 희미한 선이 연결돼 있어 해경은 선박 2척이 작살을 던져 고래를 포획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8일 울산해경 항공기가 순찰 중 불법 고래 포획 장면을 포착했다./ 울산해경해경은 곧장 경비정을 보내 용의 선박을 수색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래 사체와 작살 등 불법 포획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이 들키자 고래 사체와 도구를 버린 것으로 추정한 해경은 수색작업과 다른 어선들의 신고 등으로 밍크고래 2마리의 사체를 찾았다.
밍크고래에는 일당이 쏜 것으로 보이는 작살 여러 개가 꽃혀 있었다. 1마리 당 많게는 6곳에 달하는 작살 자국이 확인됐다. 작살이 꽂힌 상처에는 피가 흘러나왔고, 작살과 연결된 끈은 끊어져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구속 만기일 이전인 다음주 내로 피의자들의 신병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래를 의도적으로 포획하는 건 불법이다. 밍크고래 등 일부 고래기 그물에 걸린 혼획, 해안가로 떠밀려 온 좌초, 죽어서 해상에 떠다니는 표류의 경우 잡아서 해경에 신고한 뒤 판매할 수 있다. 반면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밍크고래는 크기나, 신선도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시가 1억원이 넘기도 한다. 벌금형일 경우 고래를 불법 포획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적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전국에 고래고기 식당은 100~120곳이다. 한 곳 당 많은 곳은 연간 5~6마리, 적게는 1~2마리 정도를 취급한다 했을 때 연간 한국에서 팔리는 고래는 2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해경의 허락을 얻어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많아야 연간 80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나머지는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가 시중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불법 고래 포획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로 약한 처벌 규정을 들고 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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