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16시간 굶으면, 정크물질 분해돼 살 빠져
식후 12시간 되면 ‘굶는 상황’ 신호
세포 청소 안 될 땐 정크물질 쌓여
신호전달 막아 치매·파킨슨 생겨
‘아침은 왕, 저녁엔 거지처럼’ 식사
단식 땐 대장 줄기세포도 젊어져
완벽한 효과 보려면 3~4일 굶어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 즉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이다. 뱃살 줄이는 방법으로 가끔 굶는 소위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다. 덜 먹으니 체중 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단식 진수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디톡스다. 굶으면 몸에 쌓인 독소가 제거, 회춘한다. 굶는 건 세포 영양분이 떨어지는 악재인데 이게 왜 건강에 호재일까.
어릴 적 기르던 개가 무얼 잘못 먹었는지 토하더니 도통 밥을 안 먹었다. 걱정스러워 이것저것 챙겨주지만 입도 안 댄다. 주위 어른들은 “나으려고 저런다. 놔두어라”고 한다. 이틀 굶은 개는 다시 먹기 시작했다. 굶는 단식이 치유효과가 있는 걸까.
고대 이집트에서는 매년 30일씩 단식으로 몸을 다스렸다. 현대의학 대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치유력이 최고다. 아플 때 먹는 것은 질병을 키우는 것”이라며 단식을 강조했다. 한두 끼 굶는 것이 건강 증진 효과를 낼까. 최근 과학이 속을 들여다보았다. 답은 ‘그렇다’이다.
가끔 한 끼 굶으면 뱃살은 금방 줄지 않는다. 하지만 몸에서는 금방 정크단백질을 분해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든다. 이게 잘되면 줄기세포도 젊어진다. 잘 안되면 치매· 파킨슨·당뇨가 생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자가소화(autophagy), 즉 ‘스스로(auto) 먹어 버리는(phagy)’ 원리다. 이 원리를 알면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핵심은 저녁-아침 사이 긴 공복으로 정크물질을 분해, 리사이클시키는 거다.
히포크라테스 “아플 때 먹으면 질병 키워”
한국 외환 위기 당시 다수의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회사 내 불필요한 조직을 분해해서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음식을 굶는 건 동물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다. 길어지면 굶어 죽는다. 몸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효과가 날까.
올해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굶는 단식이 어떻게 질병(치매·파킨슨)을 예방·치유할 수 있는지 분자수준에서 조사했다. 식사 후 12시간이 지나자 쥐는 ‘굶는 상황’이라는 비상 신호를 발신한다. 이 신호를 받은 세포들은 분주해진다. 모든 물질을 조사해서 불필요한 놈들, 특히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들에게 ‘딱지’를 붙였다. 딱지 붙은 놈들을 전담팀이 트럭에 실어 ‘리사이클 공장’으로 옮겨가 분해한다. 이걸로 다시 정상 단백질을 조립한다. ‘굶는 신호’를 받은 지 5분 만에 시작, 1시간이면 리사이클 과정이 끝난다. 이런 재생작업은 매일 계속된다. 이것이 제대로 안되면 체내에 정크물질이 쌓인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은 정크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타우·알파시누클린)이 신호전달을 막아 생긴다. 올해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정크단백질 자체보다도 이놈들을 분해해야 할 리사이클 공장(라이소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치매가 생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두뇌 리사이클 작업은 주로 잠잘 때 일어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정크단백질을 제대로 분해, 리사이클하지 못하면 치매·파킨슨이 생긴다. 단식으로 리사이클되는 게 하나 더 있다.
세균·바이러스도 딱지를 붙여 청소차에 실어 재활용센터로 보내 버린다. 물론 균 침입 시 면역도 작동한다. 하지만 리사이클 방법이 면역부작용(과한 염증, 자가면역)이 없어 더 안전하다.
올해 독일 연구진은 이를 분자수준에서 확인했다. 살모넬라 등 병원균 56종을 감염시켰더니 대장상피세포가 침입균 단백질에 딱지를 붙여 리사이클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어릴 적 보았던 아픈 개도 식중독균 감염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단식으로 병을 고치는 비결이 리사이클이다. 비결이 하나 더 있다. 리셋이다.
단식은 제2 시계를 리셋시킨다. 제1 시계는 두뇌 속 생체시계다. 새로 발견된 제2 시계는 배꼽시계다. 즉 간·근육 등 신체말단조직 유전자들이 배꼽시계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배꼽시계와 두뇌생체시계는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다. 아침 7시에 기상한다면 두뇌 생체시계는 4시쯤 심장박동을 조절하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도 낮춘다.
반면 배꼽시계 유전자는 매번 들어오던 식사 시간에 맞추어 간·근육세포를 미리 준비시킨다. 실제로 간·근육 유전자 중 73%는 식사에만 반응하는 순수 배꼽시계 유전자, 나머지는 두뇌생체시계와 연관되어 있다(2019, 셀리포트).
문제는 이 두 시계가 서로 엉켰을 때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지면 배꼽시계 유전자가 헝클어진다. 식사가 들어왔는데도 인슐린이 준비되지 않는다. 헝클어진 배꼽시계는 대사질환을 일으킨다. PC 프로그램이 엉키면 PC를 리셋시켜야 한다. 시차로 틀어진 두뇌생체시계는 햇볕 쬐는 것으로 리셋한다. 헝클어진 배꼽시계 리셋방법은 단식이다. 배꼽시계가 리셋되고 생체물질이 리사이클되면 몸에 무슨 효과가 있을까.
‘자가소화’ 리사이클은 굶은 상태가 핵심
이슬람 5대 의무 중에 라마단 금식이 있다. 굶는 극기로 신앙심을 높인다. 일 년에 한 달간, 해 뜰 무렵부터 질 때까지, 15시간씩 금식이다. 단식자들 혈액을 검사하니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대사질환을 낮추는 물질들(TPM)이 모두 높아져 있었다. 라마단 단식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젊게 만든 셈이다. 단식은 대사질환을 막을 뿐 아니라 대장 줄기세포도 젊게 만든다.
대장 상피세포는 각종 음식, 장내 미생물과 접촉해서 쉽게 상처를 입는다. 줄기세포가 이를 보충한다. 굶을 경우 이런 대장재생능력이 더 높아진다(2018, 셀스템셀).
고대부터 단식하면 장수한다고 했다. 현대과학이 이를 증명한 셈이다. 단식은 건강에 좋다. 그건 맞다. 하지만 ‘사흘 굶어 담장 안 넘는 놈 없다’고 했다. 더구나 굶다가 먹으면 폭식하기 십상이다. 보통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적 단식방법은 없을까?
간디는 저항의 표시로 21일간 단식을 했다. 단식이 시작되면 몸은 초비상이다. 혈중 포도당은 금방 떨어지고 간·근육에 쌓아둔 단기비상식량인 글리코겐이 소비되고 장기비상식량인 지방이 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변환되는 ‘케토(Keto)’대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완벽한 단식효과를 보려면 3~4일 굶어야 한다. 독해져야 한다. 독종 아닌 보통사람이 일상에서 청소효과를 볼 수 있는 다이어트방법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는 식사종류와 함께 식사방법도 중요하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이란 말이 사실일까.
미국 성인 5만660명을 7년간 추적 조사했다. 사람들 식사습관(식사횟수·시간·식사량·간식)에 따라 비만도(BMI)가 달랐다. 아침-왕, 점심-평민, 저녁-거지 속설이 사실이었다. 하루 1, 2회 식사를 하고, 아침은 잘 먹고, 저녁-아침 공복시간이 18시간인 그룹들이 비만도가 가장 낮았다(2017, 미영양학회지). 다른 연구에서도 12시간 공복(저녁-아침 사이 공복)그룹보다 16시간 공복그룹이 BMI가 낮았다. 저녁을 7시보다 4시에 먹으면, 체중감소는 비슷해도, 인슐린이 월등 낮았다. 요약해 보자. 저녁-아침 공복이 길수록 감량이 잘되고 리사이클로 건강증진 효과가 높다. 그럼 세끼 소식(小食)은?
소식은 장수촌 공통사항이다. 적게 먹으면 세포 내 보일러인 미토콘드리아가 최적 효율로 연소하면서 유해물질인 활성산소(ROS)가 덜 생긴다. 리사이클도 생긴다. 하지만 중간에 간식을 하면 ‘도루묵’이다. 세포 내에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들어오면 ‘굶는 신호’가 사라진다. 인슐린이 다시 높아진다. 무엇보다 리사이클이 중단된다. 리사이클은 굶은 상태 ‘유지’가 핵심이다.
병에 걸려 아픈 개도 끼니를 굶음으로 몸을 고칠 줄 안다. 리사이클, 즉 자가소화(autophagy)가 모든 생물 기본 생존전략이란 의미다. 식사는 평생 습관이다. 본인에 맞는 리사이클 방법을 찾자. 그래서 청춘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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