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범죄혐의를 경찰조사에서 말했다는 이유로 같은 ‘가출팸’ 청소년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유기한 20대 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살인과 사체은닉 등 혐의로 A(22)씨와 동갑내기 2명 등 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 8일 자신들의 가출팸에서 생활하다 나와 다른 기관에서 숨어 지내던 B(당시 17)군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뒤 나체상태로 경기도 오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출팸은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A씨 등은 범행 당일 평소 B군 등과 알고 지내던 C(18)양을 시켜 B군을 유인해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공장으로 불러냈다. 이어 오후 7시48분에서 오후 9시14분 사이 목을 졸라 기절시킨 후 집단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A씨 등은 B군이 자신들과 연관된 범죄로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진술하는 바람에 처벌받게 될 처지에 놓이자 앙심을 품고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대포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일에 가출 청소년들을 이용했다. B군은 이 일과 관련해 지난해 6월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A씨 가출팸에 다른 가출 청소년들을 끌어들인 일이 A씨 등의 지시라고 진술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A씨 등은 자신들이 처벌받게 될 것으로 우려되자 B군을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A씨 등에 대한 진술로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A씨 등의 가출팸에서 나와 가출청소년 보호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C양으로부터 “문신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오산 공장으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B군의 시신은 9개월 후인 지난 6월 6일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야산에 있는 한 묘지의 주인이 우연히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이 나체 상태인 데다가 얕게 묻힌 점 등으로 미뤄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담팀을 만들어 B군과 비슷한 연령대의 가출 또는 장기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3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벌여 지난달 말 B군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어 B군이 사망 당시 A씨 등이 꾸린 가출팸에서 생활한 사실을 파악, A씨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증거와 함께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지난 19일 A씨 등을 체포했다. A씨와 다른 1명은 별개의 범죄로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으며 나머지 1명은 군 복무 중이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사건 당일 A씨 등의 지시로 B군을 오산 공장으로 유인한 C양 등 2명을 미성년자 유인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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