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앉은 남편 대신 ‘밥줄’ 책임… 중년 주부가 노동자로
영화 ‘기생충’에서 집사로 나오는 문광은 겉보기엔 전문직 중년 여성으로 비쳐진다. 요리부터 가사까지 척척 해내는 만능 일꾼으로 그려진다. 이런 모습의 이면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사업에 실패한 무능력자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려다 보니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주도 모르는 ‘비밀 지하실’에 남편이 숨어 사는 모습은 극단적이지만 불황과 부가노동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불황, 실직으로 가장이 경제적 역할을 못한다면 배우자의 노동이 곧 생계를 유지하는 ‘밥줄’이 된다.
남편이 일을 하지 못해 여성이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을 학술적으로는 ‘부가노동 효과(Added Worker Effect)’라고 부른다. 가사에 집중하던 ‘비경제활동인구’가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것이다.
부가노동 효과는 불황기에 두드러진다. 경제성장률이 가라앉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국에선 고령화와 맞물려 부가노동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9년부터 10년째 증가 흐름을 타고 있다. 2009년 전체 인구 중 취업에 나선 50대 이상 여성은 40.4%였지만, 지난해 이 비중은 45.4%까지 늘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최근 들어 부가노동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의욕적으로 사회·경제활동을 하려는 취지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부가노동 효과는 그렇게만 보기 힘들다. 경제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 상태인 이들이 최근 2년 사이 늘고 있다. 50대 이상 여성의 실업률은 2016년 1.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4%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일을 하고 싶어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불황의 단초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중장년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노동시장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원인을 단정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부양기간이 늘어난 점을 포함해 복합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숫자로 드러나는 각종 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인 셈이다.
다만 실마리 역할을 하는 지표가 있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그것이다. 2012년만 해도 가구당 5450만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7531만원으로 6년 사이 38.2% 뛰었다. 부채 보유자만 별도로 평균을 내면 지난해 기준 가구당 부채는 1억1818만원에 이른다. 빚더미는 전업주부를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는 “취업 희망자가 급증한 요인을 파악하려면 가구소득 등의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20여년 이상 가사만 전담했다면 학력 여부와 상관없이 숙련도가 낮은 서비스직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가사도우미나 청소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직종이다보니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이에 이들을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사를 전담해 온 50대 이상이라면 저학력자나 고학력자 격차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 현상을 줄이려면 결국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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