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받게 해주겠다" 판치는 '가짜 창업' 컨설팅
[혁신 성장의 적들] [3] 눈먼 돈에 늘어난 허수 창업
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창업 지원 시설. 1278㎡(약 387평) 공간에 유리벽으로 나뉜 15개 사무실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이날 직원이 출근한 사무실은 5곳뿐이었다. 이 시설은 지난해 4월 지하보도를 창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만든 것이다. 입주 선정 업체에 인당 월 1만원만 받고 사무실을 빌려주고 있다. 시설 관리 기관의 관계자는 "한 달에 최소 14번은 출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오후에 나와 오전은 한산하다"며 "최근 음식 주문 앱을 개발한다던 팀은 출석률이 낮아 퇴거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에 있는 다른 시설도 전체 20개 사무실 중 15개가 비어 있었다. 텅 빈 사무실에는 소주병과 맥주병이 쌓여 있기도 했다. 주변 상인은 "매일 나오는 사람은 3~4명 정도"라고 했다.
◇늘어난 '눈먼 돈'…대필로 중복 수혜
정부가 벤처 육성 지원에 나서면서 '제2 창업붐'이 일고 있지만, 지원금을 받고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않는 '허수(虛數) 창업'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창원 지원 사업 규모는 1조1180억원(총 14개 부처)으로 지난해보다 43.4% 늘었다.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만 전국에 300~400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원금만 노리는 이른바 가짜 창업자가 혁신을 꿈꾸는 진짜 창업자의 길을 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도 없이 IT 관련 창업 지원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컨설팅 업체가 사업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창업 지원 시설의 모습. 최근 입주한 업체가 퇴소한 사무실 안에 가구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날 본지가 확인한 결과, 전체 사무실 20곳 중 공실 7곳을 포함해 총 15곳이 비어 있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실제로 컨설팅 업체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사업에 뽑힐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판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컨설팅 업체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지원) 프로그램을 구매하면 1년 내 1억원 규모의 창업 자금을 모으게 해주겠다"며 "원칙상 지원금 중복 수혜는 안 되지만, 우리는 2~3개 프로그램에 합격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지원사업 합격 보장 패키지'를 700만원에 판매 중이다. 창업 컨설팅 업체에서 일했던 H씨는 "중복 신청을 위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산 뒤, 나중에 지원금을 나눈다"고 했다. 지난 6월 앱 개발 스타트업을 창업한 L씨는 "컨설팅 업체가 허위로 사업계획서를 써주다 보니 멀쩡한 사람들이 심사에서 떨어져 재수, 삼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원금 끊기면 취직 알아보는 생계형도
청년들이 취업 대신 창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 도와주는 제도도 악용 사례가 있다. 지원금을 받아 1~2년 동안 사업을 펼치는 시늉을 하다가 지원금이 끊기면 이 경험을 '스펙' 삼아 취업 전선으로 돌아가는 청년이 많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작정하고 지원금을 개인적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4년제 대학의 창업진흥센터에서 3년 동안 15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은 S씨는 작년까지 반려동물 서비스 앱을 운영하다가 올해 지원 기간이 끝나자마자 서비스를 종료했다. 2년간 정부에서 2000만원을 지원받고 수공예 공방 사업을 펼쳤던 L씨 역시 지원이 끊기자마자 폐업하고, 올해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업계에서 벤처 육성·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인사는 "창업 상담을 해보면 '취업이 안 돼서 일단 창업한 것'이라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경우에는 지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가장 큰 조치가 지원금 환수인데, 창업 지원 기관들이 이를 꺼린다"며 "만약 지원 예산이 남아 있으면 자신들이 제대로 일을 안 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출받은 창업 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원이 창업기업 지원 명목으로 대출해준 금액의 연체율은 2015년 3.2%에서 지난해 4.3%로 올랐다. 올해 1~5월 연체 금액만 82억78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74억원)보다 많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짜 창업이 많을수록 창업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창업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혁신성장이나 신산업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 자체에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오로라 기자] [이가람 인턴기자(연세대 신학과 졸업)] [홍연우 인턴기자(한국외대 영어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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