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반도 못 채우고 떠나는 일본行 비행기…“엔화 대신 위안화 환전”

8일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 1터미널 H카운터에서 일본 후쿠오카·삿포로, 중국 윈저우로 가는 출국수속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 에어서울 D카운터는 기다리는 승객이 5~6명뿐이었다. D카운터에서는 일본 삿포로·도쿄 나리타와 싱가포르 수속이 이뤄졌다.

지난 8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비행기 수속절차를 밟는 카운터는 대기 인원이 20명을 넘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 25분 오사카행 탑승권은 출발 2시간 전에 급하게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높은 앞쪽 통로좌석인 ‘7C’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해당 노선에 투입된 비행기 기종은 보잉 B737로 좌석이 189석이지만 이날 예약은 93석에 그쳤다. 결국 좌석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로 출발했다.

상황은 제주항공, 진에어 등도 마찬가지였다. 진에어는 이날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기 15대 중 11대가 60~70명만 태우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전체 좌석 수 189석의 절반도 못 채운 셈이다. 제주항공 직원은 "최근 일본행 비행기 대부분 40석 정도를 비운 채 운항 중"이라고 했다.

◇엔화 대신 위안화 환전…일본용 포켓와이파이 대여도 반 토막

일본 여행이 감소하면서 공항 내 풍경도 달라졌다. 환전소마다 엔화 대신 위안화나 홍콩달러를 바꾸는 인파가 몰렸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엔화 환전액은 227억3093만엔으로 지난 6월(233억2263만엔) 대비 6억엔 가량 감소했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7월 중순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8월 환전 규모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에 필요한 포켓와이파이(휴대용 와이파이 접속기계) 대여점도 최근 여행 감소를 체감하고 있었다. 일본은 포켓와이파이 수요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포켓와이파이 대여업체 플레이와이파이는 평소 600~700개, 많을 땐 900개까지 포켓와이파이를 대여한다. 하지만 지난 7일에는 하루 300개 대여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 여행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로 휴가를 떠난 박모(28)씨는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휴가 일정을 잡고 항공권을 예매하는 등 미리 준비해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됐다"며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가까운 친구 말고는 일본 간다고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 C카운터에서 중국 다롄, 태국 푸껫, 일본 오사카행 수속이 이뤄지고 있다. 

◇"지방도시 노선보다 대도시 노선 감축 영향 클 것"

일본 보이콧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에 실제 영향을 주자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등 국내 모든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운휴(運休)와 감축에 나섰다.

항공업계는 국내 지방도시와 일본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이 아니라 인천(서울)과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대도시 노선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항공자유화(오픈 스카이) 지역이라 최근 LCC 위주로 일본 지방도시 노선 개설이 대거 이뤄져 지방도시 간 노선은 공급 과잉 상태다. 당장 노선 운항을 중단하더라도 재개 절차가 간단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인천과 일본 대도시를 잇는 노선까지 축소 개편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일본 보이콧 운동 여파가 심각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의 일본 노선 조정 움직임은 지방도시에서 대도시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오사카, 후쿠오카 노선 등에서 항공기 좌석 수를 줄였다. 이스타항공은 인천과 이바라키 노선 운영을 중단했고, 진에어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노선 대부분 운항 횟수를 줄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기종마다 투입할 수 있는 공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활주로 길이, 정부 허가 여부, 정비인력 배치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항공기 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축소하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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