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해놓고 한미 탓…편드는 중러에 안보리는 '유명무실'
북한이 이틀 만에 무력시위를 재개하며 한반도 정세가 더욱 얼어붙었다. 북한은 6일 동해 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발사하고, 이틀 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도발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린 셈이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아무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카드가 보이지 않아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북한, 이틀 만에 또 도발…"미 항모 끌어들여 위협 조성"=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경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비행 궤적상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 두 번째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보인다. 이달 4일 북한의 IR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해로 다시 출동,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 등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북한은 외무성 공보문에서 로널드 레이건호 재출동과 관련해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정세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있는데 대하여 주시하고있다"고 경고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과 일부 추종국가들이 조선반도의 군사적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연합훈련들에 대한 우리 군대의 응당한 대응행동조치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부당하게 끌고간데 대하여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앞선 IRBM 발사가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임을 북한이 직접 확인한 셈이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연쇄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에 대한 반발 의미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왕 센터장은 "공보문 분량이 짧고 표현도 건조하다는 점에서 공보문 발표 여부나 수위 조절에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최근 연이은 도발 책임을 한미에 돌리며 향후 감행할 7차 핵실험의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한미 행동으로부터 명분을 찾는 맞춤형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비례적 대응 방식'은 한미의 확장억제력 강화 움직임, 한미 연합훈련, 선제타격 위협 등에 대해 방어적 억제라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과 핵실험을 포함한 핵무기 고도화 명분을 한미의 행동으로부터 찾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중국 당대회(10월 16일) 이후 미국의 중간선거(11월 8일) 사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전작업 차원에서 북한이 한미 대응을 명분 삼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SLBM·ICBM 도발 이어질 듯…"7차 핵실험 명분 쌓기"=특히 북한이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전개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왕 센터장은 "북한이 이미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태평양으로 발사하는 고강도 도발을 한 것을 감안하면 대륙 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신형 잠수함 노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등의 고강도 무력 시위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 외무성 공보문에 대해 "계속해서 맞대응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예고성 경고를 내포하고 있다"며 "레이건호가 떠날 시점에 SLBM 또는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달 10일 중앙노동당 창건일 기념일을 맞아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한 북한의 특이 동향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도발 방법과 수위를 미리 정해놓기보다 한미 양국, 또는 한미일 3국 정부 대응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당분간 도발 수위를 계속해 높이며 '벼랑 끝 전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엔 안보리는 유명무실한 상황이어서 우려를 키운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해 토의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한미일과 유럽 국가를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국제사회 차원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미국을 탓하며 입장차를 보인 까닭이다.
이에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 침묵에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보유, 핵 개발을 지속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럴 때는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왕 센터장은 "위협 감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 없이 위협에 맞대응하는 군사적 압박에만 의지한다면 부작용이 강조되면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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