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캔맥주 가격 내리고 소주는 그대로… 술의 양이나 도수에 따라 과세
편의점에서 평균 2850원인 500mL짜리 국산 캔맥주가 앞으로 2679원가량에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 맥주 4캔(500mL 기준)에 1만 원’ 기조는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결과’를 3일 공개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 등을 바탕으로 5일 최종 주세 개편안을 발표한다.
○ 국산 맥주 세금부담 덜어주기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 형평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우선 맥주 과세 방식을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이나 도수 기준)로 바꾸기로 했다.
조세연은 종량세 적용 시 세수 등을 고려해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을 L당 840.62원으로 책정했다. 이 경우 캔맥주 세금은 500mL 기준으로 171.185원 줄어든다. 반면 병맥주(L당 26.05원)와 페트병 맥주(L당 38.13원)의 세금은 소폭 오른다. 기존에도 용기별로 세금이 달랐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의 경우 고가 맥주는 세금이 줄고 저가 맥주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 당분간 4캔 1만 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는 것이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드럼에 담아 대용량으로 유통되는 생맥주는 납부세액이 60% 이상 늘어난다. 이에 따라 조세연은 일정 기간 생맥주만 세율을 낮춰주는 ‘호혜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조세연은 막걸리도 맥주와 함께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 소주 등 일부 주종은 5년간 종량세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 등도 함께 제시했다. 막걸리와 소주는 종량세로 전환되더라도 세액에 변화가 거의 없는 방안이 제시됐다.
○ 소비자 후생 고려 흔적 별로 없어
이번 개편안의 최대 수혜는 전체 주류 시장의 약 11%를 차지하는 국산 캔맥주와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제맥주 등 중소기업 맥주에 돌아갔다. 종량세 개편은 당초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수입 맥주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주류업계는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제에서는 출고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맥주가 세금 부담이 더 커서 소비자가격도 비싸다고 주장해왔다.
개편안을 두고 주류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임성빈 수제맥주협회장은 “대량생산이 어려운 수제맥주의 특성상 종량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청년들이 꿈을 안고 적은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이종수 무학 사장은 “소주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은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종량세가 5년 뒤에 소주, 위스키에도 적용되면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 줄어 소주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류업계에선 5년 뒤 종량세가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주종별로 과세체계가 다른 점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 종량세 ::
양이나 술의 도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방식. 미국 영국 독일 등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주세에서 종량세 방식을 택한다.
:: 종가세 ::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 비싼 술에 세금을 많이 물리고 싼 술에 세금을 적게 물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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