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철 기자 ]

3D업종으로 여겨졌던 아파트 관리소장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 후 ‘인생 2막’의 기회로 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은퇴 시기가 빠른 금융권 종사자들의 재취업 사례가 특히 많다.

2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따르면 주택관리사 자격시험 응시자가 매년 1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만5338명에서 2017년 1만6587명, 2018년 1만7717명으로 늘었다.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 운영·관리를 하기 위한 자격시험이다. 1·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합격자는 500가구 미만의 아파트 단지에서 3년간 근무하면 정식 주택관리사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건물과 시설을 유지·보수 일을 총괄한다.

아파트관리전문업체인 ‘우리관리주식회사’에 따르면 최근 관리소장으로 선발한 66명 가운데 금융‧대기업‧공기업 출신이 절반이다. 금융권(14명) 대기업 및 중견기업(14명), 중소기업(16명) 순이었다. 이 가운데 최연소 관리소장은 33세다.평균연령은 47세로 조사됐다.우리관리 관계자는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리소장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데다 육체 노동이 아니어서 중장년층도 수행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관리소장직 월평균 임금은 337만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50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를 더하면 월평균 임금이 38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연차가 쌓이면 월 50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금융권 공무원 출신들도 관리소장직에 뛰어드는 이유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36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김모씨는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남양주 별내동 미리내아파트 아파트 관리소장직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100세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일을 안 하고 살 수 없다”며 “퇴직 1년 전부터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근 관리소장직에 재취업한 IBK기업은행 지점장 출신 박명옥(55)씨는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입주민 요구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관리소장 고용은 ‘아파트 관리 전문업체’가 하지만 입주민이 월급여를 주는 형태다. 한 관리소장은 “최근 층간소음 민원이 많아지고 있는데 ‘왜 관리소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느냐’며 불만을 소장에게 푸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가 많아지면서 일자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매년 2000명씩 합격자가 배출돼 현재 5만 2000여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주택관리사시험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꿔 합격자수를 조절할 계획이다.

우리관리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고급화되면서 관리소장도 주민들 간의 커뮤니티나 취미생활을 지원하는 쪽으로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0602120002406?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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