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부터 광화문까지 물들인 무지개 물결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펼쳐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올해 20주년을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일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서울광장 행사에는 8만여명, 축제의 꽃인 퀴어 퍼레이드에는 7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서울광장부터 광화문 일대를 성소수자 존재를 알리는 무지개 물결로 가득 메웠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날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광장에는 국내 인권단체와 중ㆍ고교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종교단체, 주한 캐나다대사관 등 주요 대사관, 구글코리아를 포함한 기업, 정의당과 녹색당 등 정당들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74개의 부스를 꾸렸다. 참가자들은 부스에서 제공하는 각종 체험과 홍보물,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메인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 등을 함께하며 축제를 즐겼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축제에 반발심을 갖는 분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사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의 바람처럼 서울광장과 퍼레이드가 진행된 서울 도심 일대에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를 비롯해 나이 국적 성별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불문하고 다양한 이들이 함께했다.
1일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광화문을 돌아 행진한 '퀴어퍼레이드'에서 오토바이를 탄 참가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개최 후 최초로 광화문광장을 지나간 퍼레이드는 쾌적한 날씨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무지개 행렬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퍼레이드 도중 건물, 도로 위에서 행렬을 발견한 시민들과 서로 환호와 손인사를 주고받으며 연대의 뜻을 나누기도 했다.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ㆍ보수단체 회원들이 “동성애는 죄악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행진 참가자들은 환호와 함께 “동성애는 사랑이다” “양성애 아세요?” 등으로 응수했다.
본인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직장인 강모(25)씨는 “평소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체성을 숨기다가도 이날 하루만큼은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마음껏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며 “퍼레이드까지 함께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지지해주는 시민들도 많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가 지인(활동명)은 “성소수자 아이를 둔 부모들 역시 축제를 한 번 와 본 뒤에는 지지하는 이성애자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히려 바깥에서 혐오발언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 아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하는 생각들을 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바깥에서 일부 호도하는 것처럼 ‘문란한’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와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음 해에는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반대 집회와 행진이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20개 중대 1만명 규모의 경력을 배치하고 펜스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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