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제보자 24명, 평화나무와 기자회견
"아직 안에서 혹사당하는 교인들 구해야"
"리더 되기 위해 미친 상태…인분 먹었다"
"자정에 공동묘지서 서로 매질…39대 맞아"
이태원 트랜스젠더바 돌면서 복음 전파도
고된 훈련에 뇌출혈 쓰러진 교인…"방치돼"[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서울 시내 한 교회가 교인들에게 인분 섭취를 강요하는 등 엽기적인 훈련을 진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5일 오후 이 교회 전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겪은 훈련 내용에 대해 털어놨다. 2020.05.05. minki@newsis.com[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서울 시내 한 교회가 교인들에게 인분 섭취 등을 강요하는 등 엽기적 훈련을 했다는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훈련에 참여했던 일부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당했던 이 교회의 악행을 털어놨다.
5일 오후 서울 강북구 소재 한빛교회 예배당에서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와 피해 제보자들 주최로 열린 A교회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보자 24명은 모두 "당시 훈련에서 겪었던 일들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아직 안에서 혹사 당하고 있는 교인들을 구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보자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자신이 훈련 당시 인분을 먹었다고 밝힌 B씨는 "그 당시에 리더가 인분을 먹는 것을 많이 권장하는 분위기였고, 모임 때 인분을 먹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나도 먹어야되나'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조별 리더가 제게 인분을 먹으라고 지시를 했고, 당시에 바로 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계획표를 올린 뒤 리더의 승인을 받고 인분을 먹는 영상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B씨는 "당시에는 리더가 너무 되고 싶어서 거의 미친 상태였고, 그 때는 (인분을) 먹는 것이 정신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세뇌의 극치였다"며 "'어떻게 내가 인분을 먹을 수 있지'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세뇌가 심각하게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서 억지로 나가자고 하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거기서 인분을 먹거나 그보다 더한 것도 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보자 C씨는 자신이 속한 조의 남성들과 자정에 공동묘지를 찾은 뒤 서로 돌아가면서 매를 맞고 때리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C씨는 "리더십 트레이닝 코스 중에 '매 맞음 훈련코스'라는 것이 있는데 남성 교인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라며 "팀원 3명과 자정에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서 중앙에 있는 나무에 1명씩 매달고 돌아가면서 벨트로 13대씩 총 39대를 때리고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매 맞음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 등에 대한 조별리더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처음에는 한 창고에 갇힌 뒤 거기서 서로 13대씩을 때리는 훈련을 하겠다고 했지만 리더가 승인을 안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장이 다시 팀원들에게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서 트렁크에 갇히고 매 맞는 훈련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팀원들이 모두 동의하자 조별리더에게 다시 물어보고 승인을 받았다"며 "자정이 넘은 시간에 공동묘지에 가서 윗옷을 벗고 서로 39대씩을 맞았다"고 했다.
여성 교인들의 경우 매 맞음 훈련을 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트랜스젠더바를 돌면서 성소수자들에게 억지로 복음 내용을 전하고 다녔다는 증언과 관련 자료도 공개됐다.
지난해 2월19일 이 교회 여성 교인들에 의해 작성된 '고린도 후서 6장 훈련 평가표'에 따르면 여성 교인 6명은 이태원 일대 트렌스젠더바 6곳을 돌아다니며 복음 내용을 전했다.
평가표에는 "처음 간 곳에서는 강력한 힘으로 밀침을 당했으나 그 외에도 5군데를 더 돌며 복음을 증거했다"며 "마지막에 간 곳은 가자마자 남자가 나왔고, 트랜스젠더도 나와서 욕을 하고 물을 뿌렸다"고 적혔다.
평가표 마지막에는 "그들에게 매를 맞고 밀침을 당하고 물을 뒤집어 쓰임을 당해도 그들도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았다"고 돼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교회의 리더들은 교회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교인들 사이에서 '지혜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이같이 엽기적인 훈련에 참여하면서도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교회는 리더들을 10부장, 30부장, 50부장, 100부장 등의 계급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회의 김모 목사는 '톱리더'라 불리는 절대적인 권위자이며, 목사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그의 최측근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교회는 고된 훈련 등으로 한 교인이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뇌출혈로 교인이 쓰러진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제보자 D씨는 "환자가 팔이 아프다고 호소한 시간부터 오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방치했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리더는 해결보다는 교회 안에 있는 한의사를 부르려고 했다"며 "한의사가 '뇌쪽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바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씨는 "환자의 의식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환자가 병원에 가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리더는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뇌에 이상이 온 사람을 들쳐업고 갈 생각을 했다"며 "환자의 소변으로 온 몸이 다 젖었는데 그걸 다시 닦고 옷을 갈아입히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하나님의 피조물을 자신의 지배 아래 복속시키려는 그릇된 종교인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24명의 고발인들이 모였다"며 "종교는 이제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경찰 등 수사기관은 목사가 자신의 권력과 인맥으로 교인들을 농락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며 "평화나무는 앞으로 교회 내 그루밍 폭력에 대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교회 사건은 서울북부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돼 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수사지휘가 내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