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담하면 빚 90%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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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자 지원책' 내놓은 금융위원회
개인·자영업 연체 재기지원 강화[ 임현우 기자 ] 금융회사에 진 빚을 갚지 못해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는 채무자들이 빚의 최대 90%까지 더 탕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안을 이행하지 못해 중도 탈락한 사람에게도 추심을 중단하고 재신청 기회를 준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24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개인·자영업 연체 채무자의 재기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연이어 나오는 연체자 지원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벼랑 끝에 몰린 채무자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빚을 성실히 갚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도 많다.
“추심 없애고 원금 덜어줘 재기 유도”
정부는 우선 국민행복기금 채무자를 대상으로 전국 65개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한 ‘추심 없는 채무조정 프로세스’를 신설한다. 채무자가 이 센터에 채무 상담을 신청하면 국민행복기금 추심은 잠정 중단된다.
센터는 상담을 거쳐 국민행복기금의 채무감면 기준(재산이 없으면 원금 30~90% 감면)에 따라 채무조정안을 새로 짜고, 기금 운용 주체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제출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추심 중단으로 절감한 비용만큼 채무를 덜어주기로 했다. 신청 방법과 접수 일정 등은 올 3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또 3분기부터 채무자 중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 장애인 등은 외부에 추심을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에 실패한 사람들의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위원회에서 마련한 채무조정안을 4~6개월간 이행하지 못해 중도 탈락해도 6개월간 추심을 받지 않도록 협약을 개정한다. 탈락 후 6개월이 지나면 채무조정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이 방안은 채권금융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는 자영업자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무감면율을 2.5~5%포인트 우대 적용하고 있다.
서민 채무조정 대책 더 나올 듯
이날 방안에는 서민들이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도록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확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 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채권자는 변호사에게만 연락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은 채권자가 대부업자일 때만 적용된다.
금융위는 채무자대리인 제도 적용 범위를 위탁추심사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신용정보회사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에는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를 무료 또는 소액으로 선임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사례 연구나 금융권과의 협의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법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 구체적인 계획을 못박진 않았다.
손병두 신임 금융위 부위원장(차관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자영업자와 한계채무자의 채무조정 문제를 더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소외된 계층에 과할 정도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하나로 ‘포용적 금융’을 강조해 왔다.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채무자에 대한 적극적 추심, 고금리 대출 등은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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