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보증금 돌려주지 않을 때, 이 방법 써보자
친구의 한숨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였다. 오랫동안 부동산을 돌아다녀서 겨우 이사 가고 싶은 집을 찾았는데, 지금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사 가고자 하는 집주인은 당장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세입자를 알아본다고 하는 상황. 친구는 그렇다고 비싼 이자를 내면서까지 은행에서 또 전세금을 대출할 수는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술잔을 기울였다.
위로의 말을 몇 마디 건넸지만 답답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문제는 세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거나 혹은 겪을까봐 걱정하는 일이었다.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4년 전 이사할 때 집주인이 자기도 여유가 없지만 겨우겨우 돈을 마련했다며 생색을 내지 않았던가. 당연히 돌려받아야 하는 돈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미안해야할 것 같은 이 불편함.
▲ 검단산에서 바라본 하남 미사리 지구 |
이와 같은 상황은 특히 요즘처럼 일명 '깡통전세'가 많이 생기는 시기에는 더 잦을 수밖에 없다. 한동안 부동산 좀 있는 이들에게 '갭투자'는 당연한 투자 방법이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주택 담보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금 굴리기는 예전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씁쓸했다. 세입자로서 계약 만료 될 때마다 이사하는 것도 걱정인데, 보증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이것이 바로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집 없는 자의 설움이던가.
임차권 등기명령의 위력
며칠 뒤, 친구를 다시 만났다. 얼굴이 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준 걸까?
"얼굴이 좀 괜찮아 보이네. 전세 보증금 돌려받았어?"
"아니. 아직. 그런데 곧 돌려받을 거야."
"잉?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야 돌려준다고 했다면서. 세입자를 구한 거야?"
"아니. 세입자는 못 구했는데 내가 임차권 등기명령을 이야기했거든. 그랬더니 평소에 문자만 보내던 집주인이 당장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더라고."
"그래? 임차권 등기명령이 뭔데?"
친구는 임차권 등기명령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요지인즉,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세입자가 기존 주택에 대한 권리(대항력 및 우선변제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등기부등본에 소위 '빨간 줄'처럼 임차권 등기명령 한 줄이 남게 되는데, 이것이 두고두고 집주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것은 그 집주인이 보증금을 잘 돌려주지 않는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만나서 뭐라고 하던데?"
"사정 좀 봐달라고 하더라고. 어떻게든 돈을 구할 테니 임차권 등기명령은 하지 말아 달래. 세입자들은 모르는데 집주인들은 이미 그 제도에 대해서 잘 알더라고."
"그래서 안 하기로?"
"아니. 언제까지 기다려. 당장 이사해야 되는데."
친구는 단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주인은 돈이 많은 편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돈을 빼기 싫어서라고 했다. 눈치 상 보증금 때문에 집주인이랑 꽤 많은 실랑이를 한 듯 보였다.
이사시기 불일치 대출의 발견
▲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월세 상담지원 사이트 |
ⓒ 서울시 |
어쨌든 임차권 등기명령을 해도 지금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는 상황. 문제는 이사였다. 어쨌든 이사를 하려면 몫 돈이 필요한데 친구는 이를 어찌 구하려는 걸까?
"이사는 어떻게 하려고? 보증금을 못 빼면 새 집에 못 들어가잖아. 결국 대출하려고?"
"아니. 그것도 알아보니까 방법이 있더라고. 이사시기 불일치 대출이라고. 만약 가능하다고 하면 임차권 등기명령 하지 않는 대신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까지도 집주인에게 내라고 하려고."
이것 역시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이사시기 불일치 대출이라. 그것은 친구와 같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이사를 갈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마련한 지원 대책이라고 했다. 비록 서울시에서 서울시로 이사 갈 경우, 보증금이 3억 이하인 경우 등 제한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가능한 사람들에겐 유용하다고 했다.
"많이도 알아봤네. 대단하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도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야. 생각보다 세입자들이 쓸 수 있는 정책들이 많더라고. 이런 것들은 널리 알려야 돼. 그래야 집주인들이 보증금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지. 네가 <오마이뉴스>에 써서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알게 해 줘. 세입자들이 권리를 행사해야지만 또 그만큼 세상이 바뀌니까."
친구의 청탁 아닌 청탁 요청에 뜨끔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 옆에 존재하는데, 명색이 10년 넘은 시민기자로서 난 너무 나태했던 것이 아닐까? 새삼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이사하기 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자기도 어렵게 구했다며 생색을 많이 냈다던가. 친구는 그 모든 것이 정보의 힘이라며,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에게 위 제도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이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집값과 관련하여 하 수상한 시기다. 언론들은 집값이 올라가도, 떨어져도 무조건 문재인 탓이라며 일관성 없이 정부 비판만 한다. 또한 '역전세'다 '깡통전세'다 하며 겁을 주지만 정작 우리 동네 전셋값은 여전히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기만 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부디 많은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행사하길 바란다.
ㅡㅡ지우지 말아 주세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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