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상태서 월북" 발표부터 하고 감정 의뢰한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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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상태서 월북" 발표부터 하고 감정 의뢰한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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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이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발생했다. 해경은 같은 해 10월 22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겸한 기자 간담회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 측은 “해경이 근거 없이 정신적 공황 상태를 언급해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자체 조사 등을 거쳐 2021년 7월 7일 ‘해양경찰청 수사 발표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결정문을 유가족 등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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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이대준씨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해경의 인격권 침해를 언급한 결정문 일부. 하태경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본지는 20일 국민의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을 통해 이 결정문을 입수했다. 그런데 결정문에 따르면 해경은 2020년 10월 22일 간담회 당시 이대준씨의 월북 이유 중 하나로 “정신적 공황 상태”를 들었지만, 정작 전문가에게 이씨의 심리 감정을 의뢰한 시점은 언론 공표 다음날인 10월 23일로 나타났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10월 23일 전문가 3명에게 고인의 심리 상태 진단을 의뢰했다는 10월 25일자 내사기록으로 보건대, 10월 22월 3차 중간 수사 발표(간담회) 당시 참고한 것이 위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문 의견에 따랐다 하더라도 고도의 도박 중독 상태라는 의견은 1명이었고, 다른 2명의 전문가는 당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도박 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시점도 의문이고, 전문가가 자문했다는 내용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피해자의 정신 상태를 단정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같은 내사기록에 포함된 작성일자 불상의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른 월북가능성 자문결과’도 공개했다. 여기에도 이씨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파악할만한 의견은 충분치 않았다. 인권위는 “‘정신적으로 공황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문가는 7명 중에 1명이었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전화로 의견을 청취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진술로 볼 때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고인의 행동에 미친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신뢰할만한 자문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인권위의 결정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인권위에서 도출된 결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6일 해경의 발표룰 두고 ‘정권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권위의 결정은 그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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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대준씨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이 사건을 계기로 전방위적으로 야권을 압박하고 있는 여권은 20일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단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의문 있다면 밝히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경, 특검, 감사원, 국정조사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무려 9번의 조사·수사를 벌이고도 진상 규명이 안 됐다고 하면서 해수부 공무원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에도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특별조사 진실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종전 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의 희생양으로 우리 국민을 월북사건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지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말고도 전 정부가 공개를 거부해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건이 있다’는 질문에는 “국민이 의문을 갖고 계신 게 있으면 정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해서 그 부분을 잘 검토해보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1월 벌어진 ‘탈북 어선 북송 사건’에 관해서 당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북한 관련 사건의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시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우리 정부는 포승을 묶고 안대를 씌워 반인륜적 행태로 강제 추방했다”며 “인권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 앞에서 또 다시 북로남불(북한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1일 서해 사건 진상규명 TF를 정식으로 발족하고 오후엔 인권위를 찾아 관련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TF에는 김석기·신원식·강대식·전주혜·안병길·허기영·박헌수 등 8명의 현직 의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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