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틈타 비트코인 800만원대로 ‘쑥’

2019년초 비해 2배 이상 올라 / 글로벌기업 진출설 영향도/ “일시적·거품” 부정론도 여전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800만원을 돌파하며 올해 초 가격의 2배가 넘게 뛰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독주하는 모양새다.

12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851만6000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800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며, 올해 초 400만원 초반대에서 2배 넘게 급등한 수치다.

가상화폐 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제 비트코인 시세도 이날(한국시간 기준) 7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의 알트코인도 하루 사이에 10%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월 약 2500만원을 정점으로 쭉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400만원대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가 4월 초 만우절 가짜뉴스 소동으로 깜짝 반등한 뒤 이달 연중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글로벌 기업들의 가상화폐 시장 진출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기관투자가 대상의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가격 상승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 캐너코드제뉴이티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1∼2015년과 2015∼2019년의 가격 움직임이 두드러진 유사성을 보인다”며 “같은 경향을 이어간다면 완만하게 상승해 2021년 3월쯤 역대 최고가였던 2만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4년마다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반감기를 갖고 있는 특성에 기반한 분석이다. 

글로벌 증시와는 달리 비트코인이 독자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대체투자처로서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자주 보였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불안한 시장 환경에 부동산 등 투자처도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잠시 잊혀졌던 가상화폐로 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가격이 오르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가격이 치솟는 ‘묻지마 투자’가 많았다면 요즘은 사람들도 가치평가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투자하면서 기술적으로 탄탄한 코인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일시적이고 거품일 뿐이라는 부정론도 여전하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 거래소 바이낸스가 해킹 공격을 받아 50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탈취당하는 등 거래 환경의 불안정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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