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팔아 빚 갚아" 독촉에 금은방 턴 선후배 5명 전원 구속

대전서부경찰서, 특수절도 혐의로 5명 송치
피의자 1명 범행 뒤 자수, 공범 순차적 검거
경찰 "금은방 방범셔터 설치 범죄 예방해야"장기를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는 채무 압박을 견디지 못해 금은방을 턴 10~20대 동네 선후배들이 모두 구속됐다.

대전서부경찰서는 금은방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군(19) 등 5명을 구속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 동네 선후배 5명은 지난 7일 오전 1시40분쯤 대전시 서구의 한 금은방에 들어가 목걸이와 시계 등 26점(시가 1500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이틀 전인 5일 철물점에서 범행 도구인 망치와 장갑 등을 산 뒤 렌터카를 이용, 답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전 모텔에 모여 역할을 분담했다. A군은 금은방에 들어가 귀금속을 털고 B씨(20)는 렌터카 운전, 다른 2명은 망을 보는 등의 방식이었다. 경찰이 확보한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등을 보면 A군이 망치로 금은방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데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A군 등이 범행 대상으로 정한 금은방은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방범 셔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외부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화유리만 설치돼 범죄에 취약한 구조였다.

이들은 범행 이후 대전 인근의 야산으로 이동, 훔친 금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값나가는 물건이 적은 것을 알고 ‘2차 범행’을 모의했다. 이번에는 심야에 금은방을 터는 게 아니라 아예 금은방으로 들어가 물건을 사는 것처럼 위장,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귀금속을 훔치기로 했다.

하지만 범행 하루 뒤인 지난 8일 훔친 렌터카를 타고 대선 도심을 이동하던 A군은 경찰 순찰차가 자신의 차량을 쫓아오자 고속도로를 타고 달아났다. 하지만 순찰차는 다른 경찰서에서 납치 신고를 가장해 훈련하던 중이었다. A씨는 훔친 물건을 팔기 위해 대전의 한 금은방 주변을 서성이다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차를 발견하고 도주했다.

집으로 돌아간 A군은 손이 다친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범행 과정에서 유리에 찔려 난 상처였다. A군 아버지는 “또 사고 쳤느냐”며 9일 오전 0시40분쯤 아들의 손을 잡고 인근 경찰서에 자수했다.

A군은 경찰에서 “선배들이 장기를 떼서라도 빌린 돈을 갚으라고 해 차라리 금은방 절도를 모의했다”고 털어놨다. 5명이 범행을 저지르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쓸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A군이 선후배들에게 빌린 돈은 200만원가량으로 장기 적출을 요구한 선배 B씨에게는 130만원을 빌렸다.

경찰은 A군의 진술과 범행 장소 인근 CCTV 영상, 현장에서 발견한 혈흔 분석 등을 통해 공범 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피해 물품도 모두 회수했다. A군 등이 훔칠 물건 가운데 현금화한 것은 15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피해 물품 26점 중 귀금속은 단 두 점, 나머지 24점이 시계였기 때문이다.

대전서부경찰서 장병섭 형사과장은 “모든 금은방에는 비상벨 등 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며 “다만 강화유리만으로는 범죄가 취약한 만큼 방범용 셔터를 반드시 설치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