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정치 안해"→"나도 거짓말 한다"···달라진 유시민 발언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 문화제’의 주인공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다. 사회자였던 방송인 김어준씨와 패널로 나온 양정철 민주연구원(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원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대선엔 언제 출마하나?”, “(정치권에) 가세하면 국민이 봤을 때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나”,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맞는 헌신을 해야 한다”며 연신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둘이 짰다”며 손사래를 치는가 싶더니, “원래 자기 머리(카락)는 자기가 못 깎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남이 깎아달라는 거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약간 농담조긴 했지만 유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정계복귀설을 강하게 부인할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013년 정계를 은퇴한 유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정의당 탈당을 통해 정치권 흔적을 스스로 지웠지만,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다.
①지난해 10월 15일=서울 마포 노무현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장 이ㆍ취임식에서 그는 “임명직 공직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로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단언했다.
②1월 7일=유 이사장은 본인의 팟캐스트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다시 한번 “선거에 나가기 싫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다 을(乙)이 된다. 저만 을이 되는 게 아니라 제 가족도 다 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2009년 4월 20일 막무가내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댁에 가서 3시간 정도 옛날얘기를 했다. 그때 제게 ‘정치 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③4월 23일=‘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에서 유 이사장은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이미 완전히 떠났다”고 또 말했다. 취재진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하자 “(아니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안 믿어주면 말로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이 삼세번 부인했지만, 사실 정치권에선 그의 복귀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그와 친분이 있는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판에서 완전한 부정이라는 말은 본인의 생각을 숨기려고 할 때 자주하는 화법”이라며 복귀를 예상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것은 몸값을 올리려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 이사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고 말고는 제 마음”이라며 “나중에 제가 (정치를) 하게 되면 욕하시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유 이사장은 거짓말은 안 하는 분”이라고 하자 유 이사장은 “저도 거짓말 한다. 왜 안 하겠나. 필요할 때는 한다”고도 했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여권은 유 이사장의 복귀가 간절하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여권 영남권 주자의 맥을 잇고 있을 뿐 아니라,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여권 유력주자인 이낙연 총리와는 여러 면에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이미 은퇴 의사를 번복한 뒤 대권을 잡은 김대중·문재인 대통령 사례가 있고, 지지층의 강력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유 이사장의 머리를 깎아 줄 명분과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유 이사장의 발언이 정치하는 쪽,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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