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살인 더위' 작년보단 덜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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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살인 더위' 작년보단 덜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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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기온이 30도까지 오른 초여름 날씨를 보인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시원한 분수대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올여름도 만만찮은 무더위가 예고됐다. 다만 지난해처럼 살인적인 더위는 아닐 것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장마는 다소 늦게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6∼8월)’에서 올여름 기온은 평년(1981∼2010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확률로 따지면 평년보다 덜 더울 확률은 20%뿐이고, 비슷하거나 더 더울 확률은 각각 40%씩이다.

사실 우리나라 여름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압계로만 보면 기온을 낮출 요인이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열돔(heat-dome)에 가둔 티베트 고기압이 더디게 발달 중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다.

이 고기압은 티베트 고원의 눈이 녹아 지표가 열을 받으면 만들어지는데 올해 티베트 고원에는 지난달까지 평소보다 많은 눈이 쌓여있다가 최근 들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 때문에 초여름 티베트 고기압이 주로 저위도 지역에서만 발달하고, 덩달아 상층 제트기류도 남쪽으로 처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철 중·후반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지만, 이따금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잦은 비도 기온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여름철 강수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지만, 국지성 호우 가능성이 크다. 이따금 상층 한기가 내려와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한 소낙성 강수가 군데군데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열돔 때문에 비가 거의 내리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지적으로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주 내내 덥다가 주말에 비가 내린 뒤 기온이 갑자기 꺾인 것처럼 이와 비슷한 패턴이 올여름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을 전망한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김 과장은 “(기후예측)모델 결과에서는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요인들이 발견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매년 평년을 웃도는 더위가 나타났다”며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여름도 평년에 비해 결코 기온이 낮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실제 2015년 이후 우리나라 여름 기온은 줄곧 평년보다 0.1∼1.8도 높았다.

이와 같은 여름철 전망의 복병이 있다면 ‘블로킹’ 현상이다. 블로킹은 대기가 동맥경화에 걸린 것처럼 흘러가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를 말한다.

몇달 째 베링해(러시아∼미국 사이 북태평양)의 수온은 평년보다 높다. 이 경우 커다란 고기압이 장벽처럼 버티는 블로킹이 나타나기 쉽다. 문제는 이 블로킹의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 이 블로킹이 상층 한기를 가져와 더위를 식히고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버금가게 더웠던 2016년에는 중국발 열파가 이 블로킹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쌓였다. 같은 블로킹이라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시작하고 주로 남부 지역에 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태풍은 평년과 비슷하게 1~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엘니뇨 탓에 강도는 다소 강할 수 있다. 

김 과장은 “엘니뇨가 발달한 해에는 태풍이 동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태풍이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시간이 길어져 강한 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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