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영웅 잊지 않는다"…인질 구하다 숨진 군인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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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영웅 잊지 않는다"…인질 구하다 숨진 군인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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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서 한국인 여성을 포함한 인질 4명을 구하려다 희생된 특수요원 두명에 대한 영결식이 파리 시내 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에서 열렸다. 동료 요원들이 신분 노출을 피해 얼굴을 가리고 두 요원의 관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침묵이 흘렀다. 14일(현지시간) 오전 11시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 인질을 구출하다 숨진 두 군인의 운구차가 지나갈 때였다. 이들의 영결식이 열리는 이 날 수백명의 파리 시민이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 퇴역 군인과 소방관, 경찰, 군인 등 국가의 공무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도로변에 도열했다. 경찰차의 인도를 받으며 두 군인의 관이 실린 운구차가 지나가자 침묵하던 군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용하면서도 엄중한 박수였다.

프랑스군 특수부대원인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와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인 두 명과 한국, 미국 여성을 구출해 내다 희생됐다. 인질들이 위험할까 봐 총을 쏘지 않고 무장세력에 접근하다 총격을 받았다.
 

피랍자를 구하려다 숨진 두 군인의 운구차가 지나자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퇴역 군인과 소방관, 군인, 경찰 등 공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도로변에 도열했다. [AP=연합뉴스]


영결식은 파리 시내 앵발리드에서 열렸다. 센 강변의 복합군사문화시설로, 나폴레옹의 묘가 있는 곳이다. 군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앵발리드 중앙 광장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영결식은 장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두 장병의 관은 아프리카 말리에서 동료 군인들이 도열한 가운데 군용기에 실려 파리로 옮겨졌다. 말리에서 군인들은 활주로에 도열해 프랑스 국기에 쌓인 동료를 떠나보냈다. 비행기가 출발하려 할 때 군인들은 모두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죽음조차 국가를 위해 일하기로 한 동료와의 연대를 끊어놓을 수 없다는 신호였다.

앵발리드 광장에 관을 어깨에 메고 들어온 이들도 동료 특수대원들이었다. 신분을 노출하지 않아야 하는 특수요원들이라 복면을 한 상태였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영결식장에서 유가족부터 위로했다. 두 군인의 여자친구를 비롯해 가족들과 악수를 하고 어깨를 쓰다듬으며 장시간 말을 건넸다. 일부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세드리크와 알랭, 당신들은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별이 없는 밤의 어두움 속에서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을 더 큰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여러 세대가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전성기에 인생이 짧게 끝났지만, 당신들은 인생을 잃어버린 게 아니다. 프랑스 국민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 두 이름은 각 마을에 있는 기념비에 실릴 것이다. 국가는 당신들이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항상 인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국가, 위대한 국가에서는 영웅의 이름이 절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두 군인을 영웅으로 호칭했다. 두 군인의 관에 예를 갖춘 뒤 직접 ‘레지옹 도뇌르' 기사장 훈장을 바쳤다.
 

두 군인의 관에 훈장을 수여한 후 예를 갖추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말리에서 국제어린이구호단체를 운영하다 수년 전 무장단체에 납치된 상태인 자국민 소피 페트로냉을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을 공격하는 자들은 프랑스가 우리 국민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두 군인의 관이 천천히 빠져나가자 도열해 있던 프랑스 군인들이 노래를 불렀다. 아프리카 전장에서 전우를 잃은 병사의 심경을 담은 ‘Loin de chez nous’(집에서 멀리서)였다. 이런 가사였다.

“전우가 옆에서 쓰러졌다. 그는 말했다. 고국에 돌아가 내 어머니를 만나면 아프리카의 어느 밤에 내가 떠났다고 전해달라. 아들을 용서해달라고, 하늘에서 다시 만날 테니까.”
 

프랑스 특수요원들이 전사한 동료들의 관을 옮기는 동안 앵발리드 광장에 도열한 군인들이 "어머니를 만나거든 용서를 구해달라"는 내용의 송가를 불렀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시민들은 두 군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았다. 군사학교에 다닌다는 17살 쟝 라가이야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 프랑스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프랑스 시민과 한국인 같은 외국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를 비롯해 프랑스의 많은 학교와 마을에서 그들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희생된 군인들에게도 가족이 있어 정말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최종문 주프랑스대사를 영결식에 보내 두 군인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피랍자를 구하다 숨진 두 군인의 영결식이 열리는 행사장 주변에는 군인 등 공직을 담당하는 이들이 나와 국가에 대한 의무의 의미를 되새겼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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