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관광객 때문에 영웅 잃었다” 프랑스 여론 싸늘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단체에 28일간 억류돼 있던 인질을 구출한 프랑스에서 여행자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지역에 간 이들을 구출하면서 프랑스 해군 위베르 특공대(Commando Hubert) 대원 두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합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벌어진 구출 작전에서 특공대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가 사망한 경위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 근거지에 침투하다 인질이 있는 곳 10여m 앞에서 발각됐다. 하지만 인질의 안전을 우려, 발포하지 않고 육탄전으로 진압을 시도하다 근접 사격을 받고 숨졌다. 베르통셀로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졸업 직후 원하던 해군에 들어간 아들은 항상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할 일을 한 것이다. (이번 작전이) 아들에겐 좋지 않게 끝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성공적인 임무였다”고 말했다.
위베르 특공대는 1947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 베트남의 공산 게릴라를 상대하기 위해 해군에 설치한 부대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전사한 오귀스탱 위베르 중위의 이름을 따왔다. 미 해군의 네이비실처럼 육·해·공 입체 작전을 펼친다. 2002년 7월 인종청소를 주도한 유고의 라도반 카라지치도 체포했다.
구출된 인질은 51세, 46세 프랑스 남성과 40대 한국 여성 장 모씨, 미국 여성 1명 등 4명이다. 프랑스인들은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맞댄 베냉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다 억류됐고, 한국 여성과 미국 여성도 일대를 여행하다 인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두 군인이 숨졌다. 이들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정부의 권고는 지켜져야 한다. 베냉은 정부가 ‘적색경보’ 지역이라고 경고해 온 곳”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역시 온라인에서 “무모한 관광객들 때문에 영웅들이 희생됐다”,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한 인질들은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출된 인질들은 11일 오후 프랑스 정부 전용기편으로 파리 근교 군 비행장에 도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담담한 표정으로 이들을 맞았다. 4명 가운데 미국 여성은 부르키나파소의 자국 대사관을 통해 귀국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14일 두 군인을 위한 추모식을 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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