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차량이 10년 뒤에도 세계시장 9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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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차량이 10년 뒤에도 세계시장 90% 차지?

보헤미안 0 522 0 0

그래픽_고윤결

내연기관 자동차는 언제까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2015년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세계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이후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점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내연기관 산업이 장악하고 있고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엔진을 장착한 차 일색이다. 내연기관차의 몰락이 생각했던 것만큼 빨리 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늘어나고 있다. 한 세기를 풍미한 내연기관차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지난 3월 ‘2030년 자동차 동력 발전’을 주제로 한 발표를 보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 학회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2030년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의 9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점유율이 10여년 뒤에도 10%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마다 친환경차 출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의 연구 결과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기술 연구기관 ‘리싱크엑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연기관차가 202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30년이 되면 아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극단적 전망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96.5%, 하이브리드(엔진·모터 겸용) 2.7%, 전기차 0.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공학회는 2030년에 내연기관 65%, 하이브리드 28%, 전기차 7%로 재편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이브리드가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장착한 차임을 고려하면 결국 2030년에도 엔진이 들어간 차량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것이다. 학회는 자동차 기술별 적합성을 분석한 ‘메리트(merit) 함수’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디젤차, 가솔린차, 전기차, 수소차 순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생산 단계까지 포함한 평가에선 디젤차의 기술별 적합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연구책임자인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자동차 기술별 적합성을 분석한 결과 당분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기차는 시장성 확보를 위해 에너지 밀도와 차량 가격 측면에서 개선과 발전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물론 학회 연구 결과가 반드시 현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기술을 발전시켜온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탈내연기관’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클린디젤’을 내세우다 직격탄을 맞은 독일차 업체들은 친환경 차종 확대를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디젤의 강자’였던 독일차들이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은 배출가스 규제 강도가 커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다. 새 규제는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재촉하겠지만 넘어야 할 장벽도 만만찮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고 프랑스와 영국 등은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지 않은 상태다. 기술 진전에도 대중적으로 수요를 유인할 만한 경제성과 편의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도 친환경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문제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독일차 업체들의 디젤 엔진 집착은 유별나다. 지난 10여년 간 다임러그룹을 이끌어온 디터 체체 회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디젤 엔진이 꼭 필요하다. 디젤 엔진을 포기하는 것보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우리는 수년 전에 이미 디젤엔진에 들어가는 유로6 기준으로 만족시켰다”며 “디젤엔진 개발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디젤게이트의 주범 격인 폴크스바겐그룹은 몇 년 안에 배출가스를 대폭 줄인 새 디젤엔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디젤 스캔들’의 후폭풍에 휩쓸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머지않은 시점에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판이었던 셈이다.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한 볼보 역시 “순수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모든 제품 라인업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 종결 시기는 향후 소비자 수요에 따라 결정한다는 게 볼보의 방침이다. 최근 방한한 푸조의 장필리프 임파라토 최고경영자(CEO)도 내연기관의 종말론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 1분기에 7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미국과 중국의 보조금 축소와 주력 차종의 판매 부진 영향이 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은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다음 단계가 아직 불확실할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미래차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비중은 2%대 정도다. 흔히 전기차라고 하면 전기모터와 엔진을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하는데, 전기차 판매량의 대부분은 이들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베엠베(BMW)그룹의 파워트레인 담당 임원은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와 충전소 문제 등 최적화시켜야 할 게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베엠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로 지난 20년을 구가한 것처럼, 순수 전기차가 자리 잡을 때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디젤게이트 이후 겉으론 친환경차를 내세운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속으론 내연기관차에 집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경제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매년 내연기관차를 수백만대씩 팔아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불확실한 전기차에 ‘올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은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기차가 대체재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상당 기간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경덕 서울대 교수(기계공학·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는 “2030년에는 각국의 환경 규제와 정책에 대응하는 형태로 다양한 동력원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차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보다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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