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나만 실패한 이유는?
간헐적 단식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하루에 일정 시간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 큰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매력적인 다이어트법이 아닐 수 없죠. 그렇다 보니 주변엔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데도 "살이 하나도 안 빠졌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만 실패한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간헐적 단식 열풍에 너도 나도 시도해보지만 살 빠졌다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히려 "살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과연 어떡해야 간헐적 단식으로 제대로 살을 뺄 수 있을까요. 간헐적 단식에 실패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모아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사례자 이름은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여러 방법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16:8 법칙입니다. 하루 중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한 뒤, 나머지 8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방법입니다. 오후 8시 전에 저녁식사를 마친 뒤 다음 날 아침을 거르고, 정오에 점심식사를 하는 거죠.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이 방법을 열심히 했지만 살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2kg이 늘었다"고 합니다. 출근할 때 즐겨 먹던 토스트도 끊고, 점심과 저녁은 메뉴 제한 없이 먹고 싶은 걸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는 겁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신경원 교수(이대서울병원)는 "이 경우 한두 끼로 몰아 먹은 습관이 오히려 살을 찌게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 교수는 "개인별로 살찌는 원인은 다르지만 보통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어서 찌는 경우가 많다"며 "비만 연구 결과를 보면 많은 수의 환자가 공통적으로 한두 끼에 몰아 먹는 폭식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원리가 공복 시간을 12시간 이상 유지하면 몸이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돼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는 건데, 끼니 수가 적어지면서 배고픔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끼니마다 폭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사례자 김씨는 "공복 시간이 길어지니 입맛이 살아나더라"며 "점심·저녁에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긴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보려면 점심·저녁식사의 양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말이 다른 다이어트를 할 때처럼 식사량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음식 종류를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지 폭식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되 영양을 골고루 맞춰 총열량이 1500kcal가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40대 여성 최모씨는 간헐적 단식 전에도 원래 저녁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임이나 집에서 맥주 1~2캔 정도를 마시며 간단한 안주를 집어 먹는 정도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고도 크게 생활 패턴이 바뀌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3주가 넘도록 살이 단 1kg도 빠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배가 더 뽈록 나오고 허리가 두툼해졌다고 했습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공복 유지를 위해 안주를 먹지 않는 대신, 최근 스트레스가 많아 맥주를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하루 3캔)을 마셨다는 겁니다. 최씨는 "맥주는 음식이 아니니 간헐적 단식을 어긴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최씨의 실패 원인은 '술'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우석 원장(리얼미의원)은 "밤에 술을 마시는 건 야식을 먹는 것과 똑같다"고 했습니다. '음식'이 아닌 '음료'라는 생각에 거부감 없지만 사실 술은 열량이 꽤 높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맥주 500㏄ 한 잔이면 밥 한 공기와 같은 열량인데 몸에 좋은 영양소는 거의 없고, 열량만 공급해주는 당 성분만 가득하니 다이어트가 될 리 없다"며 "간헐적 단식을 할 땐 공복 시간 동안 물이나 허브차, 블랙 커피 등 열량이 없는 음료 외엔 마시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우 또 나쁜 점이 있습니다. 신 교수는 "술을 먹으면 근육이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한다"며 "이런 패턴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면 다른 부위는 홀쭉하고 배만 볼록 나오는 체형으로 변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도수가 낮은 술, 대표적으로 맥주는 별 생각 없이 많은 양을 마실 확률이 높아 다이어트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식사를 안 하고도 일반적인 식사 한 끼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신 교수는 "만약 술을 마셔야 한다면 차라리 도수가 높은 술을 작은 잔으로 한 잔 정도 마시는 게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위의 김씨나 최씨처럼 잘못된 방법의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는데도 체중 감량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이 빠졌다 찌기를 반복하는 요요현상을 몇 차례 이상 경험한 사람이거나 중년여성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요요를 여러 차례 겪은 사람의 경우엔 이미 다이어트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가 다시 먹는 것에 내성이 생기면, 어떤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잘 나지 않게 됩니다.
중년여성의 경우는 다른 연령대의 여성이나 남성보다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이 적습니다. 이 원장은 "이 경우 공복 시간만 유지해선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체중 감량 속도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근육량이 많은 남성이나 운동선수·트레이너는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식습관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체크해봐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먹는 음식량이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가 간헐적 단식을 한다면서 무의식 중에 말린 과일칩을 입에 넣었다가 깜짝 놀라 뱉거나, 점심으로 고구마 치즈 돈가스를 먹는 게 바로 그 예입니다. 신 교수는 "비만일수록 자신이 먹는 걸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식사일지 등 자기 검열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의식 중에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라는 겁니다.
만약 정말 간헐적 단식의 법칙대로 많이 안 먹고 있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그럴 땐 운동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운동으로 기초대사량을 늘려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방법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마음껏 먹으면서 운동은 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는 방법 따윈 세상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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