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모른다는 김학의, 검찰 "황당"…'모 아니면 도' 전략?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와의 친분을 부정하면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취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르면 오늘 김 전 차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9일 검찰의 1차 조사에 이어 12일 2차 조사에서도 "윤중천을 모른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르기 때문에 윤씨 소유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간 적이 없으며 성접대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도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씨와 또 다른 사업가 A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이 1000만 원 상당의 그림을 가져갔고, 검사장 승진 당시와 2007년 전후 명절마다 수백만 원씩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지난 2008년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이모씨로부터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윤씨와의 친분을 부정하면서 검찰도 "황당하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범죄 관련 의혹 대부분은 두 사람의 친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법률 전문가인 김 전 차관이 이른바 '올 오어낫싱' 전략을 취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에이스 정태원 변호사는 "정말 예외적인 방어 전략으로 보인다"며 "윤씨를 안다고 인정할 경우 계속 이어질 검찰 추궁에 대한 마땅한 방어 전략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안다고 인정하는 순간 검찰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모른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며 일관된 진술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이 검찰에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사건이 너무 오래됐다는 것"이라며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걸 알아챈 김 전 차관이 자백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검찰이 수사 기록으로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모르쇠 전략'을 취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사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진술 없이도 확보한 수사 증거로 충분히 두 사람의 친분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13일 오전 윤씨를 다시 불러 보강 조사를 벌인 뒤 이르면 오늘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2007년 전후로 윤씨 소유의 강원도 원주 별장 등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이모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촬영된 동영상 속 여성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씨는 2013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 성범죄 관련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이듬해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검찰에 다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의 2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선 같은 결론이 나왔다.
김기정·백희연·편광현 기자 kim.kijeong@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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