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화'도 못 버틴 면세시장…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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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한화'도 못 버틴 면세시장…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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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과당경쟁 원인 지적…'특허권 남발' 정부 정책 비판도

업계선 경영상황 어려운 면세점 추가 포기 나올까 전전긍긍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결국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 했다. 2016년 7월 서울 여의도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에 특허권을 반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대기업 시내면세점 중 첫 자진철수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매달 매출액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특허 남발로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과 그로 인한 과당경쟁이라는 명암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의 면세점 사업 철수가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백화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채비를 본격 추진하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한화는 2015년말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사업본부의 일원으로 나설만큼 그룹 전체가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한화 면세점은 지난 3년간 1000억원의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결국 한화는 신고제에서 특허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 시내면세점 자진철수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입지조건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면세시장의 '큰 손'이 다이궁(代工·보따리상)으로 재편되면서 '여의도'라는 지리적 특성이 큰 걸림돌로 다가왔다. 업계관계자는 "다이궁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짧은 동선 안에서 움직인다"며 "명동에 주요 시내면세점이 몰려 있는 상황에 다이궁들이 여의도까지 이동하기에는 매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과당경쟁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중국발 사드보복으로 관광객이 줄어들자 면세점 업계는 다이궁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송객수수료 경쟁에 나섰다. 적자 상태인 한화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제살 깍아먹기 경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한화 관계자는 "면세 사업을 중단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이 사업자간 출혈 경쟁으로 시장 전체가 외곡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 실패가 한화의 면세사업 이탈을 부채질 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한화가 면세점 특허를 최초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2018년)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은 누가봐도 포화상태이다. 이 와중에 최근 정부에서 추가 특허를 내줄 수 있다는 이야기 나오자 한화가 사업 포기를 결단했다고 본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상태에서 정부가 무분별한 특허 남발로 세계 1위인 한국 면세시장에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화의 사업 철수가 시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사업 철수는 이미 예견됐었던 일"이라며 "문제는 한화를 시작으로 현재 경영상황이 어려운 다른 면세점까지 '사업 포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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