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여행 말고 새로운 예능은 없을까
여행과 요리 없는 예능은 불가능한 걸까. 요즘 tvN 예능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지상파는 지난 설 연휴에 선보인 파일럿을 토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차례로 내놓았다. MBC는 3월 음악 예능 ‘다시 쓰는 차트 쇼 지금 1위는?’과 부동산 예능 ‘구해줘! 홈즈’를, KBS2는 지난달 관찰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tvN이 선보인 프로그램은 ‘신규’라는 글자가 무색할 정도로 익숙한 포맷이다. ‘스페인 하숙’ ‘미쓰코리아’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은 나라만 바뀌었을 뿐 해외 어디선가 한식을 만들고 있고, ‘쇼! 오디오자키’ ‘300 엑스투’ ‘작업실’은 Mnet에서 채널만 옮겨온 듯한 음악 예능이다. 시즌제인 ‘대탈출 2’와 ‘풀 뜯어먹는 소리 3’을 제외하면 신규 9편 중 새로운 것은 ‘애들 생각’ 뿐이다.
이는 KBS2 ‘1박 2일’을 이끌던 나영석 PD가 2012년 CJ ENM으로 이적한 이후 지난 7년간 쌓아 올린 성과에 대한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 PD는 2013년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여행과 요리를 조합하며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알쓸신잡’ 등 매년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지만, 이후 tvN의 여러 예능이 ‘나영석 프레임’을 따르면서 무분별한 자기복제가 이어졌다.
나 PD도 본인의 성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 중인 최신작 ‘스페인 하숙’은 ‘삼시세끼 어촌편’(2015)를 통해 이미 검증된 차승원·유해진 조합에 모델 겸 배우 배정남이 합류,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2014)과 ‘윤식당 2’(2018)로 이미 친숙한 스페인을 찾았다. 지난해 선보인 ‘숲속의 작은집’으로 첫 실패를 맛보면서 불안한 한 걸음 대신 안전한 반보를 택한 것.
결국 ‘스페인 하숙’은 딱 그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시청률은 11.7%(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순항 중이지만, 화제성은 전작들만 못하다. 출연진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찾는 순례자보다는 요리부 차승원·설비부 유해진·의상부 배정남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므로 혼자서 볼지언정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차기작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 대신 ‘강식당 2’와 ‘신서유기 7’을 준비 중이다. 나PD는 지난해 2월 ‘윤식당 2’가 케이블 예능 최고 시청률(16%)을 달성하며 CJ그룹 오너 일가보다 많은 연봉(40억 7600만원)을 받는 ‘슈퍼 크리에이터’가 됐지만, 동시에 더이상 섣불리 모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나영석 사단에서 독립해 홀로서기에 나선 PD들도 엇비슷한 기획을 들고 나왔다. 올 초 방송된 ‘커피프렌즈’는 ‘삼시세끼 정선편’(2015)을 통해 메인PD가 된 박희연 PD, ‘현지에서 먹힐까?’는 ‘신혼일기’(2017)를 통해 메인PD가 된 이우형 PD의 작품이다. 모두 ‘윤식당’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외부에서 이적한 PD들도 여지없이 나영석이 닦아놓은 길을 택했다. MBC ‘무한도전’에 5년간 몸담았던 손창우 PD는 ‘짠내투어’(2017~)와 ‘미쓰 코리아’를 내놓았고, SBS ‘박진영의 파티피플’ 등을 연출한 박경덕 PD의 첫 작품도 ‘국경없는 포차’(2018~2019)였다. 각각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라는 장기가 있음에도 이를 내려놓은 것이다.
이같은 시선에 PD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7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열린 ‘크리에이터 톡’ 행사에서 만난 손창우 PD는 “먹방과 여행이 지겹다는 댓글도 많지만 점점 더 ‘워라밸’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와 맞는 보편적인 트렌드”라고 밝혔다. 그는 『트렌드 코리아』를 언급하며 “너무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면 외면받기 쉽기 때문에 2019보다 한해 지난 2018을 더 열심히 본다”며 “‘짠내투어’가 추구하는 가성비나 스몰 럭셔리도 몇 년 전부터 떠오른 화두”라고 설명했다. 박하연 PD 역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기획이었지만 백종원 선생님 같은 적임자가 없어서 못 하다가 ‘집밥 백선생’을 통해 연이 닿아 할 수 있게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tvN 예능이 지금의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페인 하숙’이 순례자들의 먹방보다 유해진이 만든 ‘이케요’를 더 비추는 것은 그 장면이 더 새롭기 때문이다. 재미는 결국 거기서 나오는 것”이라며 “‘현지에서 먹힐까?’처럼 계속 요리하는 장면만 보여주다 보면 시선은 끌지언정 푸드 포르노와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공희정 평론가는 “‘윤식당’을 보면 나도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경없는 포차’는 장소적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왜 해외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지조차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포맷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지다 보니 이미지 소비가 심해지고 시청자들도 쉽게 질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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