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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현철 정신과 과잉처방, 몸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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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철 원장의 정신과 의원에서 무리한 약 처방으로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발생했고 약물 의존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원장은 ‘정상적인 의료행위’라고 반박했다.

ㄱ씨는 2017년 9월 한 대학병원에서 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하던 중 당시 트위터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김 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서울에 있는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김 원장은 ㄱ씨에게 ‘한 큐에 끝내죠’라며 대구에 있는 자신의 의원에 내원할 것을 권했다.

김 원장은 ㄱ씨가 조울증이 아닌 우울증이며 혈액검사 결과 ‘갑상선 호르몬 저하’ 상태라고 진단했다. ㄱ씨는 그때부터 갑상선 호르몬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한 큐에 끝내자’던 진료는 이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ㄱ씨는 초기에는 일주일, 이후에는 한 달, 이후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갔다.

병원 찾은 뒤, 두 차례 자살시도

초기에 김 원장이 처방해 준 약은 효과가 좋았다. 이전과 달리 집중이 잘 됐고 잠에 잘 들 수 있었다. ㄱ씨는 “하지만 3개월째부터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급기야 ㄱ씨는 우울증이 악화돼 2018년 1월 15일 처방받은 약을 모두 입에 털어넣고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후 한 차례 더 자살을 시도했다.

임신 가능성이 없는데도 젖이 나오기도 했다. 놀란 ㄱ씨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신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젖이 나오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애초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어서 약을 먹을 필요가 없었으며 오히려 그동안 복용한 호르몬 약 때문에 체내의 호르몬 기능이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 병원 기록을 보면 ㄱ씨가 김 원장 병원을 찾을 당시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정상수치인 1.47이었으나 6개월 뒤 검사에서는 0.01로 나타났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거나(항진증)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으면(저하증)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항진증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체중이 감소하고 맥박이 빨라지며, 저하증은 몸이 붓고 둔해지면서 체중이 늘어난다.

종합병원 의사는 호르몬 약을 중단할 것을 권했다. 약을 중단하고 얼마 뒤 젖이 나오는 현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기까지 ㄱ씨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호르몬이 공급되지 않자 몸이 급격하게 무기력해졌고 정상수치를 회복하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렸다.

ㄱ씨는 과도한 약물 처방으로 약물 의존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저녁에는 다양한 안정제와 진정제를 먹은 뒤 쓰러지다시피 잠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니 다양한 각성제를 먹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ㄱ씨는 종합병원과 또 다른 정신과에서 ‘약물 의존’ 진단을 받았다.

ㄱ씨가 처음부터 약물을 많이 복용했던 건 아니다. 김 원장을 만나기 전 ㄱ씨는 두 종류의 약을 최저용량으로 복용했다. 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김 원장은 항우울제와 각성제의 종류를 점점 추가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ㄱ씨 처방전을 보면 김 원장은 총 11종류의 약을 처방했다. 현재 ㄱ씨는 세 종류의 약을 복용한다.

특히 김 원장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진료였던 지난해 4월에는 11종류의 약 6개월치를 한꺼번에 처방받았다. 아침과 점심에는 5종류의 약을 먹도록 했고, 자기 전에는 6종류의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하루 16알, 이를 6개월로 계산하면 무려 2880알이라는 답이 나온다. ㄱ씨는 “자살을 시도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처방전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는 “종합병원은 워낙 환자가 많으니까 아주 오래 병원을 다니고 안정적인 환자에게는 두 달까지도 처방을 하지만 개인 병원에서는 보통 한 달 이상은 처방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환자라고 해도 상태가 바뀔 수 있고, 그럴 때마다 처방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병원 정신과 의사는 “대학병원에서도 6개월치 처방은 하지 않는다. 장기로 약을 처방한다고 해서 의사가 얻는 이득도 없는데 왜 이런 처방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두 달 전에 자살시도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장기처방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환자의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원장 “약으로 갑상선 망가지지 않아”

문제는 김 원장의 정신과에서 이 같은 과도한 처방이 흔했다는 점이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한 직원 ㄴ씨는 “약을 굉장히 세게 쓴다. 감기를 폐렴약으로 치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초기에는 상태가 빨리 호전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존, 중독, 혹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조무사 ㄷ씨는 “김 원장은 환자에게 두 달 또는 석 달, 길게는 여섯 달치 약을 처방해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니 좋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자살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약을 주면 안 된다.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원장과 직원들이 나눈 단체채팅방 대화를 보면 한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김 원장은 욕설을 하며 “초초초 응급이다”라며 곧장 돈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직 직원들은 “약을 세게 처방하다보니 혹시나 사고가 생기면 김 원장은 환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모든 정신의학 교과서에는 갑상선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무기력한 우울증에는 갑상선 호르몬 약을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ㄱ씨는 첫 진료 당시에 호르몬 저하였다”며 “고작 6개월 호르몬 약을 먹었다고 갑상선 기능이 망가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이 심해지면 항우울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항정신병 약물이나 조울증 약을 사용한다”며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갑상선 호르몬 약도 우울증에 대한 추가 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잘 낫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자살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장기간 대량으로 약물을 처방한 것에 대해서는 “6개월치를 한꺼번에 처방해주는 건 병원이나 약국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다. 다른 의사들이 장기로 약을 처방하지 않는 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180일치를 다 먹어도 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0511172049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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