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서울대 이병천 교수, 복제견과 도사견의 비참한 현실(종합)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이병천 교수팀의 복제견 프로젝트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5월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복제견 메이의 죽음과 서울대 수의과대 동물실험, 이병천 교수에 대해 파헤쳤다.
낮은 턱조차 제 힘으로 오르지 못하는 개 한마리. 얼마나 굶었는지 사료를 주자 허겁지겁 쉬지 않고 먹는다. 움푹 파인 허리와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까지 처참한 몰골로 발견된 이 개의 이름은 메이.
메이는 공항에 투입된 검역 탐지견이었다. 여행객들의 수화물을 검사하는 것이 임무였다. 메이에게는 남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검역 탐지견 목적으로 복제된 복제견이었다. 운동능력, 집중력이 고도화된 개를 생산해 검역탐지견 역할을 하도록 서울대 수의대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국내 최우수 탐지견이었다는 대니를 복제했다는 메이. 메이 역시 대니처럼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된 것일까.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은 실험을 위해 메이를 데려갔고 8개월 뒤 며칠만 부탁한다며 돌아왔다. 8개월만에 메이는 다른 개가 되어있었다. 메이는 아사 직전의 상태였다. 정신없이 사료를 먹다 코피를 쏟기도 했다. 전문가는 최소 2주에서 한달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훈련사들은 메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메이는 기력을 되찾았지만 일주일만에 연구원들이 찾아와 메이를 다시 데려갔다. 올해 2월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에 돌아간지 3개월만이었다.
서울대 수의대 측은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연구'를 위해 메이를 데려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굶어죽억갈 때도 성욕이 있는지, 정액이 나오는지 실험했던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메이같은 국가 사역견은 특별한 이유로 승인받지 않는 한, 실험견으로 이용하는 건 불법이다.
수의대 주변에서 목격했다는 평범하지 않은 모습의 비글들. 한 제보자는 "점심시간대 쯤 비글 애들을 데리고 나왔다. 비글들이 눈도 빨갛고 생식기도 부어있었다. 학생들이 실험견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수의대는 메이 뿐 아니라 다른 검역 탐지견 페브, 천왕을 데려갔으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은 외부인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도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을 유일하게 자유롭게 드나든 인물이 한 사람 있었다. 건물 주차장에서 수차례 목격됐다는 의문의 트럭. 트럭의 정체는 대체 뭘까. 제보자는 "트럭에서 대형견 꺼내는걸 몇 번 봤었다"며 도사견이 짐칸에 실려있었다고 밝혔다. 도사견들은 무슨 이유로 실험실로 보내진 것일까.
한때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서 근무했었다는 공익제보자는 "서울대니까 시설이 잘 돼 있을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서 가게 됐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수많은 도사견들이 철창에 갇혀있었던 것. 이들은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도사견들은 복제견을 만들기 위한 용도였다. 난자를 채취당하거나 대리모가 돼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이 끝난 도사견들은 다시 철창에 갇혔다. 배를 가른 수술 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 60일간 뱃속에 품었던 새끼를 그대로 빼앗긴 것은 물론이다. 새끼 복제견들은 즉시 연구원들이 데려가 사육했다. 실험실에는 유전자적으로 변경시켜둔 개들도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바로 복제로 태어난 검역 탐지견이었다.
지난 2005년 전세계 이목이 서울대 수의대에 쏠렸다.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서 세계 최초 복제견 스너피를 공개한 것. 황우석 박사 옆을 지켰던 이병천 교수는 당시 황 박사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었다. 황우석 박사가 2006년 줄기세포 조작사건으로 학계에서 힘을 잃으면서 제자였던 이병천 교수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복제 늑대를 탄생시킨데 이어 형광빛을 내는 복제견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반려견 유료복제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1억원 이상을 내면 죽은 반려견과 똑닮은 복제견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병천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국가 사역견 복제사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동물단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병천 교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병천 교수는 2011년 17억원 규모의 국가 연구사업인 우수 검역탐지견 복제생산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메이를 비롯해 스무마리의 복제 탐지견이 탄생했다. 검증된 체세포를 복제해 우수한 유전 형질이 그대로 이어졌다는 복제견은 검역 훈련 기간도 짧고 테스트에서도 100% 통과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특수목적견 복제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1차 사업에 이어 진행한 2차 사업에선 5년간 연구비가 25억원으로 예산이 대폭 늘었다. 앞선 복제견보다 2배 이상 향상된 복제견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병천 교수 연구팀 사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특수목적견 복제 사업에도 뛰어들었고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약 20억원이다. 총 62억원의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검역본부 소속 훈련사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공격성이 있는 개들도 있었고, 탐지에 관심 없는 개들도 있었다는 것. 현장에서 제대로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부 복제견이 견사에서 지내고 있고 일부는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잦은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교체를 요청한 복제견도 있었다. 이에 검역본부 특수검역과 측은 "복제견은 우수한 유전자를 받아서 기본적으로 탐지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실제 공항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복제견들을 만났다. 이병천 교수 연구팀 복제기술로 탄생한 지구, 금상 등은 제대로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날 투입되지 않은 나머지 복제견들의 능력은 어떨까. 검역본부 핸들러는 다른 개들과의 능력치 비교에 대해 묻자 "따로 말씀을 못 드린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검역본부 관계자들이 나섰다.
대구 중앙 119 구조본부에는 복제견이 한마리만 남아있었다. 교관은 "처음 들어온 두마리는 유전적 질환 진단을 받아 조기에 반납 처리 됐다. 동해는 도입되자마자 질병으로 자연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 번식된 견이 오히려 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육군, 공군, 경찰 등 다른 기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복제견이 일반견보다 질병도 잦고 공격성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체 왜 검역본부에 있는 복제견만 문제가 없다는 걸까. 그러나 검역본부 관계자는 "귀신 본 것처럼 허공에 짖는다. 순한 개가 있다. 사나움이 다 빠져있다. 지구랑 금성이를 찍어갔지만 보시면 다르다. 허리가 굽은 애도 있다. 천왕이가 허리가 굽어있었다. 메이가 제일 심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메이는 혀가 길어서 기형인 부분이 있고 페브는 물혹이 있었다. 천왕이는 소심했다. 보통 탐지견이랑 다른 특징을 가지고 간 (서울대에서) 애들을 데려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는 대체 왜 외형적이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복제견 세 마리를 연구소로 데려간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병천 교수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이병천 교수는 물론 관련된 사람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꽁꽁 닫힌 이병천 연구팀의 비밀을 말해주는 건 영상 뿐이었다. 실험실이 수상하다는 소문을 들은 동물단체에서 잠복한 끝에 포착한 것이다. 공익제보자는 "혈액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고속버스 택배로 보낸다. 혈액을 넣고 수치 계산하는 기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수의사처럼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개의 혈액을 체취하는건 불법이지만 도사견을 데려온 개농장 주인이 그 일을 했다고 한다. 제보자가 일한 4개월여간 이곳을 드나든 도사견은 100마리라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문제의 개농장을 찾았다. 약 500여마리의 도사견이 사육되는 곳. 얼마나 많은 도사견이 개농장과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을 오갔던 것일까.
마을 주민들에게 개농장은 대단한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마을주민은 "몇년 전만해도 서울대 실험농장이라고 플래카드를 붙였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개농장이 영양탕 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 영상 속 트럭 운전자인 개농장 주인은 "노코멘트 한다. 내가 이야기 해야 하냐"며 "어떤 행위에 의해 피를 뽑아야 될 필요성이 있으면 피를 뽑아야 한다. 검역견은 생산해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국가가 시켜서 한 일이다. 암묵적으로 국가가 시킨거다"고 주장했다. 인근 영양탕 집 영수증에는 농장주 아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병천 교수팀은 식용개 농장을 통해 실험을 해왔던 것이다.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지만 대학은 그 법에 구속받지 않는다. 농장주 역시 관련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병천 교수 측은 메이에 대해 혈액검사와 정액검사 등 실험만 수행했을 뿐 건강에 악영향을 줄만한 가혹한 실험이 없었다고 밝혔다. 단 연구팀 소속 사육사가 비인도적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시할 수 있는 정황을 일부 확인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제보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도착했다. 지난 2008년 복제견 업체 대표 루 호손은 황우석 박사 연구소와 손잡고 사업을 펼쳤다. 황우석 박사는 반려견 복제 사업으로 다시 이슈의 중심이 됐고 현재도 서울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꾸준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 갓 태어난 복제견을 돌보는 일을 했다는 조아름(가명)씨. 그는 "복제견보다 도사견들이 많다. 걔들이 복제견을 임신하기 위해 대기조로 수십마리가 갇혀있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아름씨는 "복제견을 출산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오느거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곳에서 일했다는 또다른 제보자 김민주(가명)씨는 "임신한 개한테만 밥을 주는 걸로 알고 있다"며 "새끼를 낳고 봉합한 다음 그 개는 다시 식용농장으로 보낸다고 했다"고 밝혔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개 복제기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 실험 동물 보호법에는 식약처에 등록된 정식 실험 동물 업체에서만 실험견을 공급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연구 기관만큼은 예외 조항으로 다로 분류하고 실험을 허용하고 있다.
메이의 죽음을 부른 프로젝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였을까. 황우석 박사와 손잡았던 미국 업체는 2009년 이후 복제견 사업에서 손을 뗐다. 루 호손 대표는 "100마리의 개를 갖고 있으면 1년에 발정할 수 있는 개는 10마리 뿐이다. 그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개복제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식용견 문화가 있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병천 교수의 2014년도 논문에 따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장 박재학 교수는 "3R이라는게 있다. 최소한의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동물 대신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병천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연구자가 30억 연구비를 따왔는데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비윤리적이니 못하게 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애초에 국가에서 선정할 때 윤리적 검토가 있었어야 한다. 그게 시스템에서 노출됐으니 보완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역본부 소속 훈련사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복제견 100% 성공은 조작됐다. 복제견 훈련은 김모 교관이 주관한다"며 이병천 교수와 검역본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내부 고발자는 검역탐지견 실적을 분석한 문건을 제공했다. 실적이 떨어지는 시점과 복제견 현장 투입 시점이 맞물렸다. 상대적으로 복제견의 실력이 좋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다. 이상한 점은 그 뿐이 아니다. 이병천 교수로부터 무상으로 복제견을 받은 검역본부가 지난해부터 민간업체에 한마리당 6,000만원씩 10마리를 구입했다. 총 6억원을 사용한 것. 이 민간 업체 대표는 지방 한 수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모 교수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스너피 만들 때 주역이었다"며 황우석 사단의 핵심 인물이었음을 밝혔다. 검역본부 측에 6억원을 받고 보낸 복제견은 이병천 교수의 복제견을 다시 복제한 재복제견이었다. 복제견이 우수하다는 생각에 이를 다시 복제했다는 것. 이 교수는 검역본부로 보낸 10마리의 재복제견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역본부 훈련사는 "차돌이라는 개가 있다. 처음에 머리에 혹이 달려서 와서 다시 돌려보냈다. 혹을 떼고 다시왔다"고 말했다.
또, 검역본부 관계자와 훈련사들이 이병천 교수로부터 1년에 2천만원씩 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인건비가 있다. 연습도 시키고 실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제견에 들어가는 돈이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황우석 박사는 2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사단의 핵심 인물도 연구비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천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이병천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서 낯익은 이름을 찾았다. 협동연구기관의 강대표는 황우석 사단 중 1억원 이상을 횡령했던 강모 교수이다. 과거 가짜 줄기세포 논란을 만들었던 황우석 사단은 정부 복제견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었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신화를 깼던 류영준 교수는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합리적으로 갈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 연구자가 윤리적이었냐, 큰 사고를 안 친 사람인가. 과학적으로 억지를 쓰지 않느냐를 검토하는게 필요하다. 문제는 농림부에서 피드백을 안 받고 그냥 간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제보자들이 진실의 문을 열어준다면 시간을 앞당겨 줄 수 있다. 세금이나 사람 생명까지 피해보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누가 강요를 할거냐. 학계는 바뀌지 않는 철옹성이다"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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