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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유사게임 나와도 쫓겨나도… 말도 못하는 '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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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텐센트와 라이선스 계약… 당시 年10억달러 이상 수익 기대
中정부 허가 안내줘 무료로 제공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끈 PC 게임인 한국의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가 중국 게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이용자들이 이 게임을 외면해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1년 넘게 이 게임에 허가증(판호·版號)을 내주지 않고 시간만 끄는 상황에서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이 게임과 거의 똑같은 신작을 중국 시장에 내놨기 때문이다. 심지어 텐센트는 배그의 개발사인 펍지(PUBG)의 중국 파트너사(社)다. 외신에선 "베낀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 배틀그라운드 일까요 - 중국 텐센트가 한국 게임업체 펍지의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와 거의 유사한 모바일 게임‘허핑징잉’을 8일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은 한국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게임 화면이고, 오른쪽은 중국 텐센트의 허핑징잉 게임 화면이다. 게임 화면 하단의 방향 조작 키부터 무기 교체, 자세 전환 키까지 디자인과 배치가 거의 같다. /유튜브 캡처
9일 게임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는 8일 신작 모바일게임 '허핑징잉(和平精英·Game for peace)'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같은 날 펍지를 대신해 중국에 서비스해온 '배그 모바일게임(시험판)'은 전면 중단했다. 배그 모바일게임은 배그 PC 게임을 바탕으로 제작한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2억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인기 게임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게임 허가를 못 받아 시험판 형태로 무료로만 제공돼 왔다. 배그 모바일이 사라진 직후 등장한 텐센트의 허핑징잉은 이날 중국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 부문 1위로 올라섰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일부러 허가를 주지 않으면서 자국 업체에 베낄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업체와 파트너사 계약 맺어놓고 똑 닮은 게임 내놓은 중국 텐센트




배그는 2년 전 출시 이후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PC와 콘솔용 게임은 유료 판매량이 5500만장을 넘었다. 작년에 이 게임 하나가 벌어들인 돈만 1조(兆)원 이상이다. 중국 텐센트는 2017년 11월 개발사인 펍지와 이 대박 게임의 중국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또 모바일게임 버전을 만드는 계약도 맺었다. PC 게임인 배그의 캐릭터와 그래픽, 게임 방식을 활용할 권한이다. 당연히 수익이 나오면 펍지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텐센트는 작년 2월 중국에 배그 모바일을 출시했다. 당시 텐센트는 중국에서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자신했다.

사태는 중국 정부가 이 게임에 허가증을 안 내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배그 모바일은 중국에서 시험판으로 서비스됐지만 이용자 수에선 중국 1위 모바일 게임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배그는 1년이 넘도록 허가증을 못 받았고, 올 4월에 텐센트가 공개한 신작 허핑징잉이 허가증을 받은 것이다.

배그 모바일과 허핑징잉은 일반인이 봐도 그래픽·캐릭터·배경이 거의 똑같게 느껴진다. 이용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총·칼 같은 무기로 겨루면서 최후의 1인을 선발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처음 전장에 진입할 때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장면, 지상에 착지해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전투를 벌이는 것도 비슷하다. 화면의 조작키 위치·기능은 판박이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텐센트의 신작 허핑징잉이 펍지의 게임 플레이를 거의 똑같이 모방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중국의 베끼기 더 공공연해질 것"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게임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장 펍지는 중국 시장의 실패로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인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중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던 전략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스트리밍(생중계) 서비스인 스팀에 따르면 배그의 월평균 동시 접속자 수는 작년 1월 158만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지난달에는 39만명으로 급감했다. 펍지는 작년에 매출 1조493억원, 영업이익 3553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제대로 된 실적 전망을 하기도 힘들어졌다. 펍지의 모(母)회사인 크래프톤(舊 블루홀)은 한때 기업 가치가 50억달러 이상으로 급상승했지만 이것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인데도 크래프톤 측은 '고소'와 같은 방법을 택할지 주저하고 있다. 텐센트가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펍지 관계자는 "향후 배그 모바일에 대한 판호가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게임업계에서 텐센트를 보고 다른 한국의 인기 게임도 고스란히 베껴가는 것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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