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에게 받은 돈 도박 탕진 혐의
"처음에는 마스크 구할 수 있다 생각"
"물량 부족에 시간 걸려…우연히 도박"[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03.10. photo@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중국 현지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마스크를 구해주겠다"며 약 1억원을 챙긴 뒤 이를 도박에 탕진한 혐의를 받는 한국 거주 30대 중국인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 심리로 열린 중국인 왕모(31)씨에 대한 사기 혐의 1차 공판에서 그는 "처음에는 마스크를 구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대금을 받아 도박자금에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수사 결과를 전했다.
이어 "지난 2월14일 피해자로부터 5만4000위안(한화 약 930만원)을 편취하고 같은달 15일에는 같은 피해자로부터 45만6000위안(한화 약 7856만원)을 추가로 받는 등 피해자들로부터 약 1억원의 대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마스크를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대금을 받은 것이고, 마스크 재고가 부족해 물량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와중에 받은 대금으로 우연히 도박을 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도박을 하면서 대금을 잃게 돼서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처음부터 대금을 받아 도박을 할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편취가 아니고, 피고인 부모가 현재 중국에서 피해자 중 1명과 합의 중"이라고 전했다.
왕씨는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중국 현지인들이 SNS 위챗을 통해 "마스크를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대량의 마스크를 구해줄 것처럼 속이고 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왕씨는 마스크 4만3000매를 대신 구해줄 것처럼 속인 뒤 중국 현지에 있는 구입 희망자들로부터 66만6500위안(한화 약 1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 결과 왕씨가 실제로 확보한 마스크는 없었고, 그는 편취금 전액을 카지노 도박 자금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왕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