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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주인입니다, 제발 카페 차리지 마세요

보헤미안 0 527 0 0

사람은 누구나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 꿈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꿈으로만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봄, 나는 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
 

돌아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지금부터 쓸 글은 카페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카페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격려도 아니다.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카페 주인이라는 꿈을 접게 하고 싶은 글이다. 그래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독자가 있다면, 그들을 위해 다른 책이나 설명회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이면을 얘기하고 싶다.

퉁명한 주인, 텅 빈 가게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 돌아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unsplash


 
그 카페를 찾은 것은 2016년 봄이었다. 서울로 종종 출장을 다니던 후배가 '괜찮은 음악 카페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 기회가 되면 음악 감상 카페를 차리고 싶어 하던 내 바람을 익히 아는 DJ 후배였다.
 
허름한 건물 2층에 그 카페가 있었다. 1층 출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랬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는 팝 뮤지션 사진들이 크고 작은 액자들로 걸려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과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 음반이 나를 압도해왔다.
 
카페는 상당히 넓었다. 실내 장식과 명품 스피커만 보더라도 창업에 많은 돈이 들어갔을 카페였다. 손님은 없었다. 페도라를 눌러쓴 카페 주인은 우리의 방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6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우리를 흘끔 살필 뿐이다.

그날 방문의 목적은 카페 주인과의 대화였다. 카페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경영자의 생생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주인과의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전혀 분주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굳은 표정 때문에 쉬이 말을 붙이지 못했다.
 
"사장님, 음악 신청됩니까?"
 
주인의 관심을 끌 요량으로 고안해낸 말이었다.

"예."

짧은 대답이었다. 표정은 무성의하고 심드렁해 보였다. 주인의 쌀쌀한 태도와 텅 빈 가게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성의를 다해 메모지에 신청곡을 썼다. 주인은 메모지를 한참 바라보더니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신청곡이 없네요."
"유튜브에 있을 텐데요."
"유튜브 안 합니다."

 
카페 주인은 표정 없는 얼굴과 물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청곡을 들려주지 못하는 미안함보다는 오히려 당당함이 묻어나 있었다. 나는 신청곡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보다 주인의 태도에 뻘쭘해졌다. 카페 주인과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후배는 카페 주인에 대한 험담으로 씩씩거렸다.
 
"주인이 저 모양이니 장사가 되겠어요? LP 음반이랑 스피커가 아깝네요."

 
나는 후배의 말에 묵시적으로 동조했다. 카페에 손님이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이 주인의 불친절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별한 테마와 매력적인 인테리어, 괜찮은 상권 등 좋은 조건을 갖춘 공간에 손님이 없을 리 만무했다. 동시에 나는 또다시 꿈에 빠져들었다. 그 정도의 좋은 조건에 나의 음악적 재능과 친절함이 더해진다면 틀림없이 성공하는 카페가 되지 않을까.

꿈을 이뤘지만... 많은 것들을 잃었다
 

 카페 성공을 위해서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거래보다는 관계가, 테크닉 보다는 내면 중심의 경영이 더 중요한 점들도 빼놓을 수 없다.
ⓒ 이현웅


수개월 후, 나는 카페를 개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카페의 차별성이나 상권, 인테리어, 그리고 주인의 친절함이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사업설명회나 책들에서 대단한 것인 양 말하는 원칙들은 그저 기본에 불과했다.
 
카페 성공을 위해서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거래보다는 관계가, 테크닉보다는 내면 중심의 경영이 더 중요하다. 그것들이 각각의 기능을 해내며 시너지를 발휘할 때 카페는 저절로 굴러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카페 오픈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후배와 손님 없는 카페를 다녀왔던 그 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카페와 주인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쩌면 그때가 카페 개업을 포기할 기회였는지 모른다.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카페 주인의 모습은 수개월 후 내 모습이 됐다.

카페를 하면서 나는 많이 잃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고, 삶에서 꽤 중요한 것들을 손에서 놓치기도 했다. 그때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을 접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확신하건대 지금 카페 주인을 꿈꾸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그 꿈을 더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꿈을 꿨다. 꿈은 매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희생과 고통이 따랐다. 꿈은 막상 도전해보면 보기와는 항상 달랐다. 멀리서 바라보는 숲은 아름답지만 그곳을 향해가는 여정은 힘든 법이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숲이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이쯤에서 카페를 향한 꿈을 접는다면 당신은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몇 년째 카페 운영으로 밥벌이를 하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내가 이중적인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카페 주인으로서 가야 할 여정이 너무 고단하기에, 진심을 담아 충언하는 것이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가겠다.
 
지금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든 함께 음악 한 곡을 들어보자. 아일랜드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 그룹 크랜베리스(Cranbarries)가 '꿈은 항상 보기와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노래, < Dreams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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