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족 때문에'…日 '화장실 난민' 피해 심각
화장실 체류시간 2007년 3분29초→2018년 4분24초로 길어져
화장실 사용 현황을 보여주는 전자간판[베이컨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끝내고도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변소 밖으로 나오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른바 '고모리(일정한 공간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것) 스마트폰'이 일본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해 뒷사람의 진로를 방해하는 '보행 중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埼玉)현 와코(和光)시에 사는 한 남성사원(31)은 최근 심각한(?) '고모리 스마트폰' 피해를 경험했다. 갑자기 복통을 느껴 근처 공중화장실로 달려갔지만, 칸막이가 된 개별 화장실은 빈 곳이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먼저 들어간 사람은 나올 기미가 없다. 화장실에서는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동영상을 재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다 못해 급히 근처 편의점 화장실로 쫓아가 볼일을 해결한 그는 "공중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짓은 그만둬야 한다"며 분개했다.
마이니치신문 본사와 식당가 등이 입주한 도쿄의 팔레스 사이드 빌딩에는 이런 '화장실 난민'들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올부터는 화장실 벽에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화장실 내 게임이나 스마트폰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게시문이 나붙었다.
변기로 유명한 주택설비 메이커 토토가 작년 8월에 실시한 '사무실 화장실의 물관리 조사' 결과에서도 '고모리 스마트폰'의 실태를 엿볼 수 있다.
자택 이외의 장소에서 일하는 남녀 1천41명에게 "사무실 화장실 대변기 부스에서 한 적이 있는 볼일과 몸치장 이외의 행동"을 물은 데 대해 40% 정도가 "휴대전화·스마트폰·태블릿을 사용한 일"을 들었다. 메일을 읽거나 보내고 SNS 확인, 웹 열람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카니혼(中日本)고속도로 도쿄지사는 관내 휴게소와 주차장에 있는 남녀 화장실의 개별 이용시간에 관해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 2007년과 2014년, 2018년에 각각 조사했다.
남자 화장실의 개별 화장실 이용시간은 2007년 3분 29초에서 2014년 4분 4초, 작년 4분 24초로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남자화장실의 개별 화장실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게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충고하고 있다.
히라타(平田)항문과의원의 히라타 마사히코(平田雅彦) 원장은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게 습관화하면 치질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치질환자의 경우 "화장실에 있는 시간은 3분 이내가 좋다"면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치질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후루타 가쓰노리(古畑勝則) 아자부(麻布)대학 교수도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위생 면에서는 화장실에 갖고 들어가면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예
한편 화장실 장기 체류 추세와 관련해 사업화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베이컨(VACAN)은 개별 화장실이 비어 있는지를 센서로 감지해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전자간판을 설치해 비어있는 화장실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방문하는 다이마루(大丸)백화점 도쿄점 등에서 가동하고 있다.
가와노 다카노부(河野剛進·35) 베이컨 사장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화장실 혼잡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 "비어있는 화장실을 효율적으로 안내해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베이컨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화장실 장시간 점거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개별 화장실 내에 현재 '체재시간'을 표시해주는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느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래 앉아있곤 하는 사람의 선의에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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