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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방울 못먹는데 '지방간'이라니…

마법사 0 860 0 0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메디파트너생명공학’과 함께 치과 진료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적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도비만과 당뇨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7>비알코올성 지방간](종합)]



술 한방울 못먹는데 생긴 '지방간'…4년새 3배 급증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7>비알코올성 지방간]①비만환자, 대사수술 고려를

간 초음파 검사 비교 사진. 초음파 검사 결과 정상의 경우 간과 신장의 밝기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경우 간에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간이 신장보다 확연히 밝게 나타난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A씨(48)는 지방간 진단을 받고 5년간 약물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방간 수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지방간의 원인이 비만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간이 만성화하면 간경화로 진행될 우려가 있어 소화기내과 담당의는 비만대사수술을 권했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올해 초 A씨는 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92㎏이던 A씨의 체중은 수술 3개월 후 71㎏으로 감량되면서 지방간 수치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체중이 92.4㎏으로 초고도비만 환자(BMI 35.3)인 B씨(36)는 비만합병증으로 당뇨와 지방간까지 나타났다. 당뇨와 지방간은 모두 발병 10년 후엔 만성화하면서 치유하기 힘든 상태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B씨는 당뇨와 지방간 등 합병증의 원인인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루와이위우회술을 받았다. 그 결과 올해 4월 현재 B씨의 체중은 55.1㎏(BMI 21)으로 감소했다. 당뇨와 지방간 수치도 모두 정상화돼 약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됐다.


최근 2~3년 새 지방간의 주요 발병원인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술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많았지만 2016년 이후로는 비만·당뇨 때문에 생기는 지방간, 즉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더 많아졌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료인원은 2014년 2만5382명에서 2018년 8만594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알코올성 지방간 진료인원이 같은 기간 3만5274명에서 3만723명으로 12.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최근 비만환자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고열량, 고지방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비만환자가 증가하고 덩달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될 경우 나타난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성인 간의 무게는 1.2~1.5㎏에 달하는데 지방이 간에 과도하게 쌓여 전체 무게의 5% 이상 차지할 때 지방간으로 진단된다. 이는 초음파검사, 복부CT(컴퓨터단층촬영), 조직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지방간은 원인을 제거하는 게 치료방법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4~8주 정도 금주하면 어느 정도 회복된다. 비만 때문에 생긴 지방간은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염증이 생기면서 지방간염으로 이어지는데 계속 방치하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 되면서 이때는 회복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간경변증은 간암으로 발전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A씨처럼 비만·당뇨 때문에 지방간이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간이 더 손상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현재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이주호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장(전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사수술 후 거의 호전된다”며 “지방간뿐만 아니라 간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도 수술 후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들이 10여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간조직 지방간 발생단계/사진제공=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기욤 라세일리 등이 2013년 간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에 발표한 논문(비알코올 지방간 치료를 위한 비만수술)에 따르면 1990~2009년에 나온 관련 연구 20개 중 18개에서 비만수술 후 지방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라세일리는 해당 논문을 통해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인 비만환자는 비만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비만수술은 장기간 체중감량뿐 아니라 암 발병률과 사망률까지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국내 비만수술 결과들도 비슷하다. 한상문 LHK미래탑의원 부원장(전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은 “비만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지방간은 대부분 좋아지며 지방간염도 60% 정도 개선된다”고 밝혔다.

실제 B씨의 경우 간효소 수치가 수술 전에는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 242,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211로 높았으나 수술 6개월 후에는 AST는 27, ALT는 22로 정상화됐고 1년 후인 최근 검사에서도 AST 26, ALT 30을 기록했다.

김유경 기자



"4명 중 1명 간경화로…'괜찮겠지' 하다가는 큰 일"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7>비알코올성 지방간]②박경민 가정의학과 전문의 인터뷰

박경민 LHK미래탑의원 가정의학과장/사진제공=LHK미래탑의원“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현재 입증된 치료제가 없습니다.”

박경민 LHK미래탑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최근 증가 추세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홀대하다가는 자칫 큰 병을 앓을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생활양식 변화 등으로 비만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방간은 증상이 거의 없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게 박 전문의의 지적이다.

박 전문의는 “지방간은 지나친 칼로리와 과당 섭취로 간에 지방이 쌓여 생기는 병”이라며 “운동과 식이요법을 열심히 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대부분 지방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환자의 약 25%가 간경화로 진행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간경화로 넘어가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되지 않고 언제든지 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된다.

박 전문의는 “최근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늘어난 게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증가원인 중 하나”라며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평소 강도 높은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입증된 치료제는 없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개선을 위해 고용량의 비타민E와 당뇨병 치료제 중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이 사용된다.

박 전문의는 “이 약들이 처방되고는 있으나 치료기간과 용량에 대해 확립된 것이 없어 의사와 상의한 후 조심스럽게 복용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만대사수술 이후 지방간이 호전됐다는 연구가 많으므로 고도비만 환자들에게는 비만대사수술이 치료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며 “비만환자에게는 수술로 비만과 지방간을 모두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간 건강' 이상신호는…손톱 색 변했다면 만성간염 의심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7>비알코올 지방간]③간 건강 자가진단법

간은 음식물의 소화작용뿐 아니라 섭취한 탄수화물의 대사, 단백질 합성, 약물이나 독소 제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장기다.

특히 간은 상당한 손상이 있기 전까지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비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간 기능 이상을 자각할 정도라면 이미 병세가 많이 진행됐다는 뜻이다. 증상이 생긴 이후에는 병원을 찾아도 치료 성공률이 낮다. 장기간에 걸쳐 손상되기 때문에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간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 자가진단표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가진단 항목 9개 중 3개 이상 해당하면 간 상태가 나빠졌거나 간염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우선 간 기능이 저하되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극심한 피로와 권태감이 느껴진다. 간세포가 파괴되면 우측 상복부가 답답하거나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간 상태가 점점 악화하면 배에 복수와 가스가 차고 비타민을 활용할 수 없어 몸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 나타나고 남성은 성기능장애나 여성형유방증이 생길 수 있다. 피부가 가렵거나 대변이 흰색이고 소변색이 진한 갈색을 띠는 현상도 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손톱이 하얗게 변하고 세로 줄무늬가 생겼다면 만성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바닥, 팔, 가슴 등에 붉은 반점이 나타났다면 간경화나 만성간염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눈의 흰자위나 소변이 노래지는 황달 증상, 배가 부르고 더부룩해 식사량이 줄거나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는 복수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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