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의심 신고 받았지만…답변듣자 철수
뒤늦게 수사 개시…"재발 방지 대책 세우겠다"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은행 직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사기범에 속아 2500만원의 피해를 막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1일 오전 9시 20분쯤 인천 모 은행 창구 직원으로부터 "고액을 인출한 고객이 있는데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를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추홀서 주안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현금을 인출한 60대 여성을 만나 "카드사 채권팀에서 대출금을 갚으라는 전화가 수차례 와서 2500만원을 인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경찰은 해당 카드사의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카드사 채권팀 직원이라는 사람과 통화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자동응답시스템(ARS)가 아니라 직원과 바로 전화 연결이 된 점을 수상히 여겼지만 "이전에 자주 통화해 번호가 등록된 것 같다"는 직원의 말에 수긍했다.

이어 경찰은 "왜 직접 만나서 현금을 받느냐"는 질문에 "계좌 이체도 가능하다"는 직원의 답변을 듣자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경찰은 은행을 떠나면서 해당 여성에게 "돈을 건네는 직원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사진을 찍고 녹음도 하라"고 조언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 여성이 돈을 건넨 대상은 카드사가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사건은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전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가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카드사 대표전화 번호가 뜨도록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안타깝게도 사기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신종 사기 수법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를 계속 공유하고 홍보해 비슷한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