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위기 돌파 '파격인사'…창사 후 첫 외국인 사장 영입
사진=로이터
현대자동차가 일본 닛산 출신 임원을 사장에 앉혔다. 현대차가 외국인을 사장급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락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고 미래 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파격 인사’란 평가다. ‘순혈주의 타파’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꿔나가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하고 닛산 최고성과책임자(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54·사진)을 임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무뇨스 신임 사장은 다음달 1일 현대차에 합류한다.
그는 글로벌 COO로서 현대차의 세계 생산·판매를 총괄하는 동시에 사업전략 고도화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신설된 현대차 미주권역담당을 맡아 북미권역본부와 중남미권역본부를 아우르는 역할도 한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과 미국판매법인장도 겸직한다.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 영입을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주춤한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려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뇨스 사장은 글로벌 시장 동향과 현안을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돕는 중책을 맡게 된다”며 “사업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유연한 사업구조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인 사장만 3명…순혈주의 깨는 현대車
현대자동차가 영입한 호세 무뇨스 사장(54)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글로벌 사업 운영 전문가’로 통한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였다. 대우자동차 이베리아법인 딜러 네트워크 팀장을 거쳐 1999년 도요타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을 맡았다. 2004년 닛산에 들어가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과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등을 거친 뒤 최고성과책임자(CPO) 겸 중국법인장을 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뇨스 사장은 닛산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며 “현대차 사업 전반의 비전과 동기 부여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검증된 리더”라고 말했다.
무뇨스 “최고 성과 내겠다”
신임 무뇨스 사장은 19일 “수익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 성장과 전체 공급망 관리, 딜러들과의 상생 등을 위해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자동차와 관련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 측근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최근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차기 닛산 회장으로 유력했던 무뇨스 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무뇨스 사장 영입을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외국인을 전무나 부사장급으로 영입한 뒤 나중에 사장으로 승진시킨 적은 있지만 사장급으로 바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확대와 친환경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파격 인사’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부 출신 임원 영입 늘어날 듯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총괄을 맡은 이후 잇따른 쇄신 인사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꿔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한 화두 중 하나가 ‘순혈주의 타파’다.
작년 말 외국인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그룹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게 대표적 예다. ‘삼성맨’ 출신인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무뇨스 사장 영입으로 현대·기아차의 외부 출신 사장은 알버트 비어만, 지영조, 피터 슈라이어(현대·기아차 디자인경영담당) 등 4명으로 늘어났다. 그룹 전체로는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을 포함해 5명이다. 이 중 외국인만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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